◎극심한 무력증·일손놓고 국회에만 시선/결재 대기서류 산더미… “속수무책” 방관 29일 하오 국회에서 이영덕국무총리임명동의안이 민자당 단독으로 통과됐지만 그간 초래됐던 행정공백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공무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지난해 정부출범초 보다 훨씬 어수선하고 불안하다고 말하는 공무원들도 있다.
사실 22일 이회창전총리의 전격경질이후 행정부는 없었던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흔해빠진 관계장관회의는 물론 그럴듯한 정부정책 하나 제대로 발표된게 없었다. 정부청사내 어느 부처를 가봐도 차분하게 일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일에 대한 논의보다 이전총리경질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가 주된 관심거리였다.29일만 하더라도 총리실은 물론 일선부처 국장급간부의 눈과 귀는 하루종일 국회에 쏠려있었다.
우여곡절끝에 30일부터 이영덕총리체제가 시작되지만 22일 이후부터 지금까진 우리나라에는 주요 국가정책에 부서해야할 총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신임총리는 지금까지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총리내정자일 뿐이었다. 총리임무를 임시대행할 총리권한대행도 없는 상태였다.
비상시기도 아닌 때에 행정부의 제2인자가 없는 이상한 모습이 1주일이상 계속된것이다. 이 기간중 국무회의안건등 총리의 결재를 받지못한 크고작은 정부정책만도 수십건이나 됐다.
그동안 정부차원에선 북핵문제, 러시아의 북한벌목공대책, UR·GR등 국제환경변화에 대비한 시급한 현안들이 팽개쳐진거나 마찬가지였다. 매주 이런 문제를 논의하기위해 예정돼있던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등 숱한 정부차원의 회의도 거의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정치파쟁에 밀려 행정이 삐걱거리는 파행은 기간도 길었을 뿐만 아니라 그 양상도 심각했던것이다. 이총리는 그동안 곤혹감속에 통일원장관실에서 두문불출했다. 그는 『국회인준처리 기간동안 차분히 앞으로 할 일을 새겨보는 계기가 됐다』며 『오히려 곧바로 인준받는것보다 더 나았다』고 주변사람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총리의 개인 생각일뿐이다.일주일이 넘도록 총리부재로 빚어진 행정의 상처는 깊었다. 정책실종은 차라리 사소한 문제이다. 당략에 따른 정치권의 대립이 일시에 행정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공직자들이 본뒤 느끼는 무력감은 심각하다. 「위에서 시킨대로」 「적당히 일하는」시늉만 내는 것이 개인적으론 별로 손해볼것도 없다는 냉소적 분위기의 팽배도 이번 파동의 후유증이 되고 있다.
총리경질과 인준파동을 겪으면서 한층 심해진 공직사회의 「무력감」 「적당주의」를 씻는게 이총리의 제일 큰 과제임이 분명해졌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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