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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한꺼번에 「평일 체육대회」/텅빈 사무실… 민원 헛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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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한꺼번에 「평일 체육대회」/텅빈 사무실… 민원 헛걸음

입력
199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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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예고라도 해야지” 분통/하루종일 당직자에 항의 모습 대다수 정부부처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29일 한꺼번에 체육행사를 한다고 휴무, 민원인들의 비난을 샀다. 시급한 수출서류등을 처리하기 위해 종합청사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민원인들은 『정부가 입만열면 외쳐온 국제경쟁력 강화가 고작 이런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입주 부처 모두가 체육행사를 한 과천 제2정부종합청사에는 헛걸음 친 민원인들이 당직자들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이 종일토록 계속됐고 각 사무실의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다 멈추고 다시 울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경기 양평·이천군등 팔당상수원지역 농민 10여명은 이날 상오 환경처를 찾아왔다가 직원들이 관악산으로 체육행사를 하러갔다는 말을 듣고 『평일에 체육행사를 하려면 예고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불평했다.

 대구에서 농림수산부에 볼일이 있어 이날 아침 상경한 황모씨(42·사업)는 『급히 만나야할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민원실에 들러 체육행사장을 물어봤으나 모르겠다는 대답뿐이었다』면서 『번갈아 쉬어도 좋을텐데 직원이 한꺼번에 쉬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업무상 재무부를 찾아온 또다른 한 민원인은 『국제경쟁력 강화에 앞장서야 할 경제부처가 아무리 체육행사라 하지만 평일에 온 청사를 다 비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씁쓰레한 표정이었다.

 5만6천명의 공무원을 거느리고 있는 서울시는 일선대민행정기관인 점을 감안, 지난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각국별 사정에 맞게 체육대회를 진행토록 했으나 시의회 임시회의 관계로 많은 부서들이 28일과 29일 양일간 행사를 가져 주요민원업무가 이틀동안 공백상태였다.

 특히 29일에는 민원업무가 집중돼 있는 교통국·주택국·청소사업본부와 기획관리실등이 한꺼번에 체육대회를 가져 많은 민원인들의 원성을 샀다.

 이날 하오2시께 구역정리지구 토지의 등기관계로 주택국 도시개발과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민원인 김학송씨(81·마포구 상암동 2의106)는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1천1백만 서울시민의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가 휴무안내문 하나 내걸지 않고 몽땅 자리를 비워도 되느냐』고 말했다.

 정부부처 체육행사는 「학교 및 1백인 이상 근무하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 기업체 또는 단체는 연 2회이상의 종합운동경기를 실시해야 한다」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82년부터 실시돼 왔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부처는 체육행사를 평일에 치르느라 거의 모든 직원을 동원해 업무를 전폐해 임시휴무일이나 다름없이 운영되고있다.【고재학·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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