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인데도 한낮이면 여름을 방불케 할만큼 수은주가 오른다. 라일락꽃 향기는 바야흐로 진동하는데 좁은 사무실에 갇혀있기란 누구에게나 고역이다. 이럴때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체육의 날 및 체육주간행사를 갖는다는건 국민건강 및 법적인 차원을 떠나서도 누구에게나 작은 즐거움이자 일상에서의 해방이다. 그런 뜻에서 어제 하룻동안 경제기획원을 비롯, 상공·농림수산·건설부와 관세·특허·공진청등 주요 경제부서와 법무·내무·교통·보사·노동·환경·과기처·문화체육부등 통틀어 12개 부처 및 청단위 행정부서와 관련 산하기관들이 일제히 체육의 날 행사를 가진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국민체육법 및 시행령은 매년 10월15일을 「체육의 날」로 하고 매년 4월의 마지막 주간을 체육주간으로 삼아 실정에 맞는 체육행사를 실시케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체육의 날 행사시행이 제도적 운영미숙으로 「텅빈 관가사태」를 초래하는가하면 사전고지부족으로 국민생활에 큰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체육진흥이 권장할 일이라지만 「텅빈관가」로 나라살림살이에 느닷없는 공백이 생겨서는 말이 안된다. 체육의 날 행사란 건강증진을 통한 재충전으로 나라일을 더욱 잘 하자는게 본래 취지다.
따라서 미리 세밀히 조정해 행정 및 민원공백이 생기는 걸 막아야 하는게 당연하다. 최소한의 필요인원을 남겨 민원실을 중단없이 운영하거나, 미리 부처별 체육행사를 분산시키고 잘 고지해 행정중단이나 연쇄불편을 초래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우리 관가에 초래된것은 본말이 전도된 사태였다. 12개 주요부처가 한꺼번에 체육핑계로 사무실문을 닫은 셈이어서 정말 우려할만한 국정공백상태를 빚었다.
지금이 어느때인가. 북핵·UR등 큼직한 현안과 상무대국정조사와 온갖 말썽 돌출등 할일은 산적해 있는데 여·야의 정치력은 마냥 실종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또한 중단없는 개혁의 흐름이 우리사회의 총체적 생산성을 촉진해 주기보다는 오히려 공직사회의 「복지불동」사태라는 달갑잖은 부작용만 증폭시켜 개혁작업은 물론이고 국정수행의 정체마저 걱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는 소모적 다툼으로 실종상태인데, 공직사회는 복지불동도 모자라 「한꺼번에 자리비우기」인상만을 남겨서는 정말 곤란하다. 체육의 날 운영의 근원적 쇄신과 함께 공직사회가 사명감을 하루빨리 되찾아 국민적 염려를 잠재워주길 고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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