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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 불안” 백인탈출 러시/남아공 역사적총선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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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 불안” 백인탈출 러시/남아공 역사적총선 현장을 가다

입력
199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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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이주설명회 성황 “언제든 떠난다” 태세/「타운하우스」엔 전기철조망·무장경비원 삼엄 역사적 흑인집권을 앞두고 있는 남아공을 떠나는 백인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백인들의 남아공 「엑서더스」는 인종차별정책이 폐지되고 흑인의 정치참여가 허용된 90년부터 나타나기 시작, 올해 총선을 앞두고 눈에 뛰게 늘어났다.

 지난해 남아공을 떠나 해외에 이주한 백인은 8천여명으로 92년의 두배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는 1월에만 1천2백36명이 이주, 93년 1월의 3배에 달했다.

 지난해까지는 그래도 넓은 땅과 천혜의 기후를 찾아오는 외국인의 국내 이주가 많았으나 올해부터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1월의 국내이주자는 4백84명.

 이같은 현상으로 볼 때 앞으로 남아공을 버리는 백인들의 수는 만델라의 압승이 기대되는 이번 총선이후 더욱 증가되리라는 전망이다.

 전체 5백만 백인의 절대적 다수는 이주를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지만 심리적으로 이주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많다. 정세를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는 이들은 어떤 돌발적인 계기가 생길 경우 언제든지 남아공을 떠날 수 있다는 잠재적 이주심리를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인들이 3백50년간 가꾸고 번영시킨 아프리카 최대부국인 남아공을 등지는 이유는 새 흑인정권과 장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지금까지 누려온 기득권을 흑인들과 나눠 가져야하고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자신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 4년간 매년 3천여명의 희생자를 낸 흑흑·흑백간 정치테러와 급증하는 흑인범죄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남아공의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는 뉴욕보다도 7배 이상이나 범죄발생이 많은 세계 최고의 범죄도시로 바뀌었다.

 자유를 얻어 대도시로 몰려드는 흑인을 피해 백인과 백인회사들이 안전하고 조용한 교외로 옮겨가는 현상은 이미 두드러지고 있다. 백인들은 교외에 수많은 「타운하우스」를 세워 전기철조망이 쳐진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무장경비원이 지키는 한 대문 안에서 모여 산다.

 이민이 늘어나자 전문적인 상담·알선업체와 이주편의업체등이 점차 번성하고 외환규제등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관련서적까지 출간됐다. 도처에서 이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수백년전에 네덜란드와 영국을 떠나 남아공에 정착한 백인후예들에게 남아공은 엄연한 조국이지만 흑인의 지배는 이들에게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넬슨 만델라는 총선유세에서 『백인들은 이 중대한 시기에 조국을 버리지 말라』고 호소했다. 백인이주가 전체인구에 비하면 아직 극소수이고 심각한 문제로까지 보이지는 않으며 서방언론에 의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만델라 신정권이 부유세 신설, 광산국유화등 정책으로 백인에 집중된 부의 분배를 실천에 옮기고 흑인폭동등이 일어날 경우 백인의 엑서더스는 크게 늘것으로 보인다.【요하네스버그=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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