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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임금 “천정부지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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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임금 “천정부지 폭등”

입력
1994.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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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화 여파… 하노이·호치민시 투자환경 급변/임대료·땅값등 1년새 2백50%뛰어/「월35불 최저임금제」론 일손 못구해 베트남의 투자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천정부지로 뛰는 부동산값과 임금이다. 벌써 하노이 호치민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투기바람이 불고있다. 최근 부동산값과 임금상승추세를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부동산

 호치민시 중심가인 구엔 회가에 위치한 사무실 임대전용 OSIC빌딩. 베트남의 민족영웅 호치민의 동상과 시청청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15층 건물에는 시티뱅크·소니·듀퐁등 서방 다국적기업과 은행들이 밀집해 있다. 

 외관상으론 별반 특색없는 건물이지만 사무실 임대료만큼은 서울의 강남지역과 맞먹는다. 관리비를 제외한 이 건물의 월임대료는 1평방미터당 최고 37달러로 평당으로 환산하면 1백22달러(한화 약10만원)나 된다.

 외국인 기업사무실이 밀집한 호치민시 유엔 반 주가도 최근들어 사무실 임대료수준이 지난해에 비해 20∼30% 올랐다. 이 지역에 50여평규모의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 외국업체는 지난 3월 임대료를 종전 월4천7백50달러에서 1천2백50달러(26·3%) 오른 6천달러로 재계약을 체결, 1년치 임대료를 선불로 냈다.

 현지 부동산중개기관인 대외토지협력회사(FOSCO)의 한 관계자는 『호치민시의 건물임대료가 올들어 달마다 뛰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현장인 수출공단 (EPZ)의 토지임대료는 어떤가. 베트남정부가 가장 대표적인 수출단지로 꼽고 있는 호치민시 외곽지역 탄투안EPZ의 토지임대료는 1평방미터당 1백달러. 대만의 민웅공단(85달러)이나 태국의 리크라망공단(73달러)의 분양가보다 휠씬 비싸고 일본의 센다이공단(1백26달러)과도 별차없다. 베트남의 토지임대는 소유권을 보장하는 다른국가와는 달리 일정기간(최고 50년) 한시적으로 유효할 뿐이어서 실질적인 기업의 지가사용비용은 더 비싼편이다.

 현지인끼리의 부동산거래도 달아오르고 있다. 하노이의 중심가 레 주안가에 있는 주택지역의 땅값은 평당 8천2백달러(한화 약6백72만원)를 호가하고 있다. 지난 93년 4월의  3천달러 수준에서 2백50%이상이 뛴 것이다. 호치민시도 신주택가인 안푸와 안칸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땅값 열기에 편승한 부동산 졸부도 나타나고있다. 몇몇 정치실력자의 영향력에 힘입은 부동산업자들이 하노이와 호치민에서 집장사를 통해 수백만 달러를 챙겼는가 하면 하노이에는 부동산전문가를 뺨치는 복부인그룹마저 활개치고 있다. 부동산값 상승은 빌딩 주택등의 건설붐을 일으켜 시멘트 철근등 건자재값이 덩달아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월 미국의 엠바고조치해제이후 부동산시세는 폭등조짐마저 보이고있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투자러시에다 투기적 성격이 강한 시중자금의 일부가 부동산으로 쏠리고있는 까닭이다. 현지언론들도 「SKYROCKETING(천정부지)」라는 표현을 써가며 부동산값 상승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베트남의 부동산가격은 외국기업의 투자발걸음을 멈칫하게 하고 있다. 대만해외경제협력개발자금 (OECDEF)의 초우 엔국장은 『베트남의 부동산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 베트남투자정책을 전면 재고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토지값이 뛰면 상품의 원가가 높아져 대외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정부도 작년초 부동산매매세를 20∼40%대폭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발표, 시행하고 있지만 뛰는 부동산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눈을 뜨려는 베트남경제에 부동산 가격앙등은 「무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있다.

○임금

 호치민시 서부외곽  제6구지역의 한 슬리퍼생산공장에 다니는 탕 티 후엔 찬양(17)의 월급은 35∼40달러(약 2만8천7백∼3만2천8백원)이다. 탕양은 슬리퍼 밑창에 본드를 발라주는 일을 한다. 큰오빠(24)는 숙련공이어서 월50달러를 받는다.

 탕양은 『다른 공장과 달리 점심식사가 제공되는등 근무환경이 좋아 봉급에 만족한다』며 『가족이 함께 돈을 벌기때문에 풍족하진 않지만 일곱식구가 어렵지 않게 산다』고 자랑한다.

 탕양의 월급은 베트남경제의 매력적인 저임금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한국의 노동집약적산업으로서는 풍부한 노동력에 값싼 임금구조를 갖춘 베트남은 구미당기는 시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외국 합작기업이 급증, 숙련공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사정은 급변했다. 필요한 인력은 부족하고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욕구로 인해 파업마저 발생, 베트남의 노동임금은 크게 오르는 추세다.

 임금구조는 국영기업과 사기업간, 외국기업 또는 합작기업의 사무직및 생산직 사원별로 천차만별이다. 그중 국영기업의 임금은 변동이 없지만 외국투자 러시로 외국기업의 사무·생산직노동자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평균 30∼1백%이상 올랐다.

 호치민시 95개 국영기업중 절반이상은 노동자들에게 월 22·5달러이하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월급이 55달러를 넘어 소득세부과대상이 되는 기업은 단 13개뿐이다. 국영기업의 임금은 베트남에서도 최저수준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인들은 여비서직이 월 1백50∼2백달러, 운전기사만도 월80∼1백달러까지 받는 외국기업근무를 선망하고 있다. 베트남 국내 민간기업의 대졸자 초임이 40∼60달러선이고 교사및 공무원의 평균임금이 월3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준이다. 최근의 투자러시로 인력수요가 폭증하면서 외국어구사능력이 있는 여성사무직은 월 4백∼5백달러까지 부른다. 그래도 고급인력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소규모 합작생산업체의 생산직사원의 임금은 사무직보다는 휠씬 낮다. 그러나 들썩거리기는 마찬가지. 한국·베트남 합작봉제공장인 A사의 경우 견습공원이 25달러, 견습공원이 끝나는 6개월 뒤부터는 40달러 정도를 받는다. 

  호치민에서 가방등을 생산중인 리영산업의 박만옥부사장은 『당국의 허가절차를 거쳐 정상적으로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최저임금제(월35달러)를 지키고있으나 베트남인 명의로 무허가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영세기업들은 월20달러내지 그 이하를 주고있다』며 『만약 베트남노동자들과 행정당국이 이를 문제삼고 나올 경우 공장폐쇄등 극단적인 조치를 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부사장은 『노동조합은 임금수준을 태국 중국은 제쳐놓고 한국 대만 근로자들의 평균임금과 비교, 임금을 자꾸 더올려 달라고 요구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호치민시에서 베트남기업과 함께 렌터카사업을 하고있는 세안렌터카의 운전사 월급은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합쳐 1백20∼2백달러. 이 회사 조황섭부장(38)은 『어느 국가이든 투자사업형태별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현지고용인들과 이윤을 함께 갖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저임금만을 노리고 사업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호치민=이상규·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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