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된 공간에 넘치는 생동감/쥴리아나갤러리 기획·본사 후원/“살아있는 것이 내대상” 환상 두께 더해 한국일보사는 창간 4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초현실주의 미술의 세계적인 거장 후안 미로(1893∼1983년)의 종합전을 특별후원합니다. 쥴리아나 갤러리가 기획한 이 전시회는 1부가 5월17일부터 6월5일까지 강남의 쥴리아나 갤러리(514―4266)에서, 2부가 6월7일부터 26일까지 강북의 백상기념관(733―6673)에서 잇달아 열립니다. 미로의 미술 가운데 환상의 극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조각부분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후안 미로가 회화 뿐 아니라 입체미술에 눈뜨게 된 것은 19세 때이다. 1912년인 그해 스페인의 사립 가리미술학교에 입학한 그는 도예가 알티가스와 만나면서 도예를 알게 됐는데, 이 도예에 대한 열정이 훗날 조각으로 발전하게 된다.
입체미술은 캔버스나 종이의 이차원적 공간으로부터 그가 즐겨 다루던 해·달·새 등의 형상을 해방시켜 주었다. 입체는 그림에는 없는 빛과 그림자라는 유희성까지 가져다 준다.
『내 그림에 만족하지 않을 때 나는 숨을 쉴 수 없는 것처럼, 질식해 죽을 것처럼 육체적 불편을 느낀다』고 미로는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물러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가 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뛰어들었을 때, 그의 손이 지닌 장인적 위력은 비어져나온 고리를 지닌 낡은 통의 이미지를 헐렁한 옷을 걸친 무희로 바꾸고, 농부의 쇠스랑에 몇개의 표시와 장식물을 붙여 여신으로 변하게 했다.
프랑스평론가 피에르 게강의 목록에 의하면 미로의 조각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고리·가시·침·뒤틀린 전선·구부러진 삼각형·곤봉·꼬챙이·괴상한 렌즈·새·울긋불긋한 뿔 등이다.
그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그의 조각에 생동감과 시정을 불어넣고 환상의 두께를 더해 주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 흔히 만나고 쉽게 버려지기도 하는 하찮고 작은 사물들이었다.
『나는 가장 간단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나는 부자들의 화려한 접시보다 농부들의 수프접시를 더 좋아한다. 내게 대상이란 무언가 살아 있는 것이다』라고 미로는 적고 있다.【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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