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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 자본·기술 “SOS”/하노이,워싱턴과 「밀월시대」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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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 자본·기술 “SOS”/하노이,워싱턴과 「밀월시대」 꿈꾼다

입력
1994.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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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개발·중화학분야 성장 희망 베트남과 미국. 적과 동반자란 미묘한 관계사이에 서 있다. 서로 기억하기조차 싫을 정도의 적대관계이면서도 현재의 정치경제상황 때문에 다시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인연이다. 베트남은 최근 월남전과 엠 바고조치로 자신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 주었던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굴욕감을 감내해 가면서까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정부는 엠바고조치 전에 이미 가장 경제성이 높은 블루드래곤(청룡) 유전광구의 지분 35%를 미모빌사에 주는 한편 1번국도 개보수사업에 의도적으로 미국업체를 참여시키려고 하는등 미국몫을 챙겨주고 있다.

 베트남이 과거의 증오심을 흘려보내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는 것은 정치경제상황이 미국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선 당면과제인 경제발전을 위해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정부당국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실질적인 개방이 이루어진 91년이후 들어온 홍콩 싱가포르 대만등의 외국자본이 대부분 호텔등의 서비스산업과 소비재산업에 몰려 경제성장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하노이 수뇌들은 유전개발 및 중화학공업육성, 낙후한 사회기간시설의 건설을 위해서는 미국의 자본과 기술도입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또 미국이 들어올 경우 지금까지 관망세이던 일본과 유럽국가들의 진출도 가속화 될것이라는 부수효과도 노리고 있다.

 후 토 인민일보사장은 『베트남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적이라도 오래 미워하지 않는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군사적인 면에서 제1의 가상적인 중국과 1천1백50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베트남으로서는 최대후원자였던 소련이 몰락한 지금 그 힘의 공백을 미국이 메워 주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10억배럴가량의 원유가 묻혀있는 스프래틀리(남사)군도의 영유권을 싸고 중국 인도네시아등 주변국과 무력충돌 가능성마저 있어 지역안보에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종전이후 19년동안 전면적인 경제봉쇄조치로 베트남을 고립시켜왔으나 소련몰락이후 오늘날엔 유일한 위협세력인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인도차이나의 실질적인 패권국가인 베트남과 관계개선이 필요한 입장이다.

 특히 필리핀의 수비크만기지가 폐쇄된 상황에서 현재 경제적으로 역동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해안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이 갖고 있는 정치군사적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유전개발을 비롯해 항공기 컴퓨터 건설 서비스산업등 경쟁력있는 분야의 베트남시장을 다른 국가에 빼앗길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1945년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일본군 격퇴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호치민과 미정보기관인 OSS가 협력한 이래 65년부터 베트남전쟁과 경제봉쇄조치로 적대관계였던 베트남과 미국이 다시 숙명적인 인연으로 손잡고 있다.【하노이=강진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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