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부터 외자78억불 유입/아주국 우세… 미·일도 뒤늦게 채비 무코이(구 월맹군 군모)의 도시 하노이 거리에 푸른 눈동자가 가득하다. 베트남을 노리는 외국기업인들이 전망있는 투자사업을 찾기에 혈안이 됐다.
베트남정부 산하 국가협력투자위원회(SCCI)는 모든 외국기업의 투자심사와 허가에서부터 관리를 맡고있는 외국투자전문행정기관이다. SCCI에 의하면 88년 외국인투자법이 발효된 이후 지난 3월까지 SCCI로부터 허가를 받은 외국기업투자산업은 대략 44개국 8백99건으로 투자액수는 78억8천6백만달러 (16조5천억원)에 달한다.
올해 1·4분기중 SCCI의 허가를 받은 외국기업의 대베트남투자예정액은 총10억달러. 이는 93년 한 해 총 20억7천8백만달러의 절반수준이다. 미국의 엠바고해제가 서방기업들의 투자욕구를 자극한 결과이다. 국가별 투자순위를 보면 대만 홍콩 프랑스 한국 호주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등의 순으로 아시아권국가들이 우세하다.
반면 엠바고해제후 베트남시장에 막 달려든 미국이 아직은 통계상 30위권밖에 처져있고 자본과 기술을 앞세워 동남아시장을 석권한 일본은 의외로 6위에 그치고 있다.
현재 베트남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대만과 홍콩이다. 대만은 유엔 비회원국으로 서방의 대베트남 경제제재조치에 상관없이 진작부터 투자해왔다. 대만은 지난해 11월 대 중국 투자열기를 진정시키기위해 시장다변화 전략명목으로 베트남을 최우선투자대상국으로 선택했다. 이미 베트남과 함께 농업 석유 공단개발 금융등 4개 분야의 합작전담반까지 구성했다.
호치민시 인근 탄투압수출공단(EPZ·3백㏊), 호치민시 외곽 신도시(2천6백㏊), 화력발전소 및 최근 12억달러규모의 정유공장 설립, 하노이에 2억2천만달러 규모의 시멘트공장설립등이 대만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프로젝트이다.
총6억7천만달러의 투자사업을 진행중인 프랑스는 지난해 미테랑대통령, 올해 시락 파리시장 방문등을 통해 오랜 식민지배로 맺은 양국관계를 끈으로 서구 열강가운데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2월 대베트남 민간투자를 보장해주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을 정도이다. 주로 석유 정유 통신 자동차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호주 역시 BHP사, 텔스트라등 대기업이 석유개발과 통신분야에 5억4천3백만달러의 집중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일본도 진출채비에 부산하다. 미국은 현재 40개 기업이 현지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하고 자동차 금융 통신 건설 소비재분야의 2백여개 기업이 사업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실질적인 투자규모는 모빌사의 블루트래건(청관)유전개발참여등 2건에 3백20만달러밖에 안되는등 미미하다. 사회간접자본시설부족, 관료주의병폐, 금융서비스제도와 법제도미비등 섣불리 베트남에 투자하기에는 난관이 많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미국기업들을 주춤거리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하노이=강진순기자】
◎베트남 산업개발 사령탑/찬덕렁부총리(인터뷰)/“원유·가스개발사업에 역점/한국의 축적기술 협조기대”
『베트남은 인력과 지하자원이 풍부해 개발잠재력이 큽니다. 특히 엠바고해제이후 아시아지역에서 외국기업들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건설 석유개발등 산업전반의 개발프로젝트를 입안, 총괄지휘하고 있는 찬 덕 렁부총리(58)는 엠바고해제에 따른 외국기업의 투자러시로 베트남은 이제 본격적인 개발·성장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렁부총리는 베트남 중남부지역 광 나이성 출신으로 81년 구소련 국가경제아카데미 경제관리자과정을 수료한 테크노크라트. 86년 도이모이(쇄신)정책 입안에 깊숙히 관여했던 보 반 키에트총리의 경제담당 측근인사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베트남의 낙후된 사회간접시설을 개선하기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한데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사회간접시설확충계획에 따라 건설시장이 세계유수기업들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다. 현재까지는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등 세계금융기관과 선진외국의 원조자금으로 자금을 충당하고 있으나 앞으로 점차 순수 베트남국내자본을 축적, 기간시설을 재건하는 각종 개발사업발주도 추진되고 있다. 총공사비 5억5천만달러를 투입한 하노이―호치민간 1천4백62남북송전선건설사업과 현대중공업이 6천만달러에 시공권을 따내 지난8일 한국기업으로서는 최초로 기공식을 가진 화이트타이거유전―붕타우간 1백23·5 가스관매설공사등은 베트남정부가 어려운 재정여건속에서도 순수국내자본으로 추진한 역점사업의 대표적 예이다.
―개방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한국이 기여할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모든 국영회사들의 경영기술과 자본규모가 열악하고 기계설비가 부족하거나 노후돼있고 시장경제체제에 걸맞는 경험이 부족한 점등이 베트남경제부흥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요인이다. 한국기업들이 20여년간 축적한 기술과 자본을 전기전자 기계 섬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건설등 모든 분야에서 상호 합작투자를 통해 전수해주길 기대한다.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등 선진국보다는 현재 세계수준에 육박한 한국의 산업기술의 이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있다.
―미국의 엠바고해제이후 외국투자가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일부 외국기업들이 근시안적으로 베트남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들은 우선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하며 투자신청시 국가협력투자위원회(SCCI)와 같은 합법적인 기관에 문의하고 베트남의 정부정책과 각종 법률등을 충분히 숙지해야할 것이다.
―석유개발산업은 베트남경제의 미래를 밝게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는가.
▲원유·가스개발사업은 베트남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있는 산업이다. 2000년까지 연간 1천8백만∼2천만톤의 원유를 생산할 방침이다. 베트남은 정유시설이 거의 없어 원유을 그대로 수출만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각각 연간 6백만∼7백만톤의 저유능력을 갖춘 2개 정유공장 건설을 위한 입지선정작업이 진행중이다.
―한국과 베트남간의 경제협력에 대한 견해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같은 유교문화권으로 풍속 관습이 비슷할뿐만 아니라 경제발전단계의 경험까지 유사한 한국에 베트남정부는 친밀감을 갖고있다. 이같은 친밀감은 경제분야뿐 아니라 사회 문화 전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하노이=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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