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회오리… 아이·어른 모두 “달러 좋다” 하노이는 더이상 무거운 혁명도시가 아니다. 하노이 중심가인 창 흥 다우,창티 거리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외국기업 사무소개점을 알리는 폭죽이 요란하게 터지고 있다. 주위에 모인 하노이 시민들은 이젠 이런 광경엔 익숙해져 있는 표정이다. 서방세계와의 빈번한 접촉은 하노이 시민들에게 자본주의의 단맛을 맛보게 하고 있다. 미국달러화가 동화(베트남 화폐)와 함께 일반에 널리 통용되고, 달러를 좇아 하노이 시민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하노이시민 가구당 평균 월소득은 22달러정도(하노이 통계국 93년 표본조사).
베트남의 개방열기는 하노이의 영어배우기열풍에서 확인된다. 대학생, 택시기사, 가라오케와 음식점등 서비스업종사자는 물론이고 조그만 구멍가게의 할아버지들까지 『할로우』『원 들라(1달러)』를 외며 영어 공부에 열중이다. 영어는 바로 돈버는 지름길이기 때문. 하노이시 호안 키엠호수옆과 웅오 쿠엔거리의 외국어학원에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영어를 배우는 베트남인들로 초만원이다. 이제 러시아어를 배우는 이는 없다. 수강료는 1개월에 10만∼20만동(약9∼19달러). 평균소득에 비해 높은데도 열기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외국기업의 각종 행사나 외국제품에 대한 하노이 시민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올들어 잇달아 열린 일본산업전시회, 세계무역 박람회, 2백여 기업이 참가한 최초의 미국상품전시회등이 월 1회꼴로 열리고 있는데 매번 베트남인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하노이 시민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외국을 상대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은지 오래다.
하노이에는 개방의 산물을 조금이라고 더 맛보기 위해 지방사람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시클러운전사라도 하겠다고 자전거 1대를 끌고 농촌지역에서 하노이로 올라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장보거리. 이들은 거리에서 노숙을 한뒤 새벽에 이 거리의 인력시장에서 일감을 따는데 혈안이 된다.
하노이 중심가에는 아직도 레닌동상이 버젓이 서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무감각하다. 밤이면 디엔 비엔 푸 거리와 호치민묘앞에서 네온사인으로 장식된 대형 공산당기가 거리를 압도하는 하노이. 그 앞에 외국기업들의 입간판들이 역시 환한 불빛으로 유혹하는 곳. 하노이의 두얼굴이다.【하노이=남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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