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약속뿐… 파괴된건물 아직도 공터/경기 다소회복… 활기찾기엔 시간 걸릴듯 지난 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일원 거주한인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혔던 흑인폭동이 29일로 발생 2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요란한 재건약속과는 달리 LA시 흑인밀집지역에는 아직도 폭도들의 방화로 파괴된채 흉칙하게 서있는 건물들이 있는가 하면 폭동 당시 생업의 터전을 잃은뒤 재기하지 못하고 실업자가 된 동포들도 적지않아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동포들은 이곳의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어 기대를 걸고 있지만 2년전 한인밀집지역의 경기가 폭동 이전의 활기를 되찾기까지는 다소의 시일이 걸리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다.
이 지역의 유력지 LA타임스도 25일자에 4·29폭동 2주년을 맞은 한인타운의 실상을 소개하면서 폭동전 보다 매상이 50%나 줄어 한인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한인타운내 한 상가의 썰렁한 주차장 사진을 곁들인 기사에서 『폭동이후 이 지역이 우범지역으로 낙인찍혀 한인들이 교외로 대거 이주한데다 지진피해까지 겹쳐 고객이 뚝 떨어졌다』며 주차장 차량들도 대부분이 업주들의 차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92년 폭동의 중심지이며 한인타운과 인접한 사우스 센트럴지역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건의 망치소리는 들을 수 없고 한인소유 일용품 가게인 마켓, 스와밋등이 서 있던 곳은 공터로 남아있다. 업무시간인 한낮인데도 이 지역 거리 곳곳에는 실직한 청장년들이 몰려다니고 귀가 찢길 정도의 랩뮤직이 울리는 가운데 청바지를 입은 청소년들이 흥얼거리고 있다.
폭동이 나기전 한인마켓들이 활발한 영업을 하던 이곳은 어느 새 대규모 체인 슈퍼마켓들이 들어서 한인들이 닦아놓은 시장을 가로채버렸다.
폭동이후 한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LA시가 최근 공개한 사우스 센트럴지역의 경제통계를 보면 짐작이 가고 남는다. 통계에 의하면 사우스 센트럴지역거주 16세이상 생산인구의 51%가 실직자다. 또 이 지역주민 63만여명중 23만여명이 1년 개인소득이 5천7백달러 미만의 빈곤층으로 드러났다.
사우스 센트럴지역의 치안문제도 이 지역의 재건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폭동이후 치안력이 이 지역에 집중 투입되고 갱단간에 화해무드가 조성돼 범죄가 줄어들긴 했으나 93년 LA시 경찰조사결과 LA일대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하기를 꺼려 복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지역에서 소규모 편의점인 리커 스토어를 운영하다 생업을 잃은 2백여 한인들은 시당국이 각종 행정규제를 내세워 영업재개를 방해, 또다른 피해를 입고 있다.
LA 타임스가 보도한 것처럼 폭동으로 인한 재산피해 10억달러를 제외하고도 이곳 대부분의 한인들은 아직도 폭동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폭동당시 가게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방화사주 및 보험사기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른 뒤 법정투쟁 끝에 지난 3월 누명을 벗은 이규섭씨(45)는 『아메리칸 드림이 폭도들에 의해 재로 변한 현장을 보고 피를 토했는데 방화사주혐의 이후 화병까지 얻었다』며 정신적 피해는 어디서 보상받느냐고 하소연했다.【로스앤젤레스=박진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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