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법 8조근거 유자격”변리사/“법정변론 등 변호사만 가능”법조계/직무영역 둘러싼 이해싸움 비화우려 대법원이 특허소송의 사실심을 서울고법에서 맡도록 특허소송절차를 고치기로 결정, 변리사들의 소송대리권 문제가 큰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대법원은 현재 특허청 특허심판―항고심판―대법원법률심으로 돼 있는 특허소송절차의 위헌소지를 없애기 위해 대법원의 법률심에 앞서 서울고법에서 사실심을 맡도록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에 의하면 특허소송의 구체적인 재판절차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다.
논란의 초점은 민사소송법 80조 「법률에 의해 재판상의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는 제한규정을 변리사들의 특허소송 대리권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문제다.
대법원은 민사소송법의 「법률에 의하여 재판상의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이란 상법상의 지배인, 국가소송법상의 법무부장관등을 지칭할 뿐이며 변리사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특허소송의 사실심 과정에서 소송대리는 변호사만 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변리사들이 지금까지는 항고심판 불복사건의 상고심 준비서면 제출등 제한된 소송대리를 맡아 왔지만 특허소송절차의 변경에 따라 당사자 신문등 법정에서의 구두변론이 필요한 사실심의 소송대리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변호사들도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변리사회(회장 이수웅)는 『변리사들이 특허의 권리범위 확인등 특허청 항고심판 불복사건의 상고심 소송대리를 담당해 온 만큼 심판절차가 바뀌더라도 특허소송을 대리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변리사회측은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의장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는 변리사법 8조의 규정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그동안 변리사들이 맡지 않았던 특허침해등에 관한 손해배상소송도 대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들은 『민사소송법과 변리사법의 상호모순된 규정은 정확한 법률해석이 필요하지만 변리사들이 지금까지 특허관련 민사소송을 맡지 못했던 관행에 비춰 보더라도 변리사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소송대리권 논쟁은 특히 직역이 크게 축소될 위기에 처한 변리사들에게는 중대한 이해가 걸린 사안이어서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문제가 제기되면서 최근 인기가 높은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변리사회와 언론기관등에 잇따르고 있으나 논쟁의 향방을 단정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 문제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이해관계집단의 거센 로비로 격론이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세무사들도 세무관련소송의 대리권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여서 특허소송 대리권을 둘러싼 논란은 각 직역간의 첨예한 이해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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