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비자 주권/금융계 급속 확산/고객들 제목소리 낸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비자 주권/금융계 급속 확산/고객들 제목소리 낸다

입력
1994.04.28 00:00
0 0

◎1분기 분쟁조정신청 4백41건… 작년보다 80%늘어/금융기관 일방적 업무처리 제동… 점차 대등관계로/은행도 눈가리고 아옹식관행 탈피 문턱낮추기 고심 금융고객들이 「소비자주권」을 선언하고 나섰다. 일상거래에서 불이익이나 부당한 업무처리를 받았을때 당당하게 자기권리를 주장하는 소비자권익의식이 금융계에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일반생활물품이라면 구입후 제품의 하자가 발견되거나 선전문구와 제품내용이 다르면 소비자들은 손쉽게 물품을 교환이나 환불받을 수 있다. 업체마다 소비자보호센터가 있고 관련시민단체도 많아 구매자의 권리를 찾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언제라도 불이익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거래에서만은 언제나 고객이 약자였다. 예금·대출의 이자율이나 담보설정, 보증의무등 은행처사에 부당함을 느껴도 까다로운 법해석을 요구하는 거래약관 앞에서 전문지식이 없는 고객은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만성적 자금초과수요덕에 은행들은 문턱을 높이 쌓을 수 있었고 칼자루(돈줄)를 쥔 금융기관은 늘 고객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불이익을 당하면 해당금융기관에 적극적으로 이의도 신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관계요로를 통해 적법한 분쟁해결을 요청한다. 27일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4분기(1-3월)중 접수된 금융기관거래고객들의 금융분쟁조정신청건수는 총 4백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백45건)에 비해 80%나 늘었다. 분쟁조정신청건수는 지난 90년 6백3건에서 91년 6백46건, 92년 8백19건 그리고 작년엔 1천5백12건으로 매년 급증세를 보여왔다.

 금융분쟁이 증가한다는 것은 고객들이 제목소리를 내면서 은행의 일방적 업무처리에 제동을 걸고 있음을 뜻한다. 단 1%의 이자도 손해보지 않고 은행의 부주의나 업무소홀로 인한 손실은 반드시 보상받겠다는 적극적인 소비자권리의식이 금융거래 고객들 사이에서도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은행과 고객간의 오랜 불평등 관행이 점차 대등한 지위로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이같은 지위변화는 각종 금융규제완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욕구분출과 금융기관들의 치열한 「고객모시기」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융분쟁중에는 고객 본인이 거래약관을 아예 몰랐거나 잘못 이해한 「소비자 과실」도 많다. 하지만 작년초부터 올 2월까지 은행감독원이 조정했던 금융분쟁 1천6백7건중 35.2%인 5백65건은 금융기관책임이 인정돼 소비자들이 정당한 피해보상을 받았다. 이 기간에 처리완료된 금융분쟁에는 담보제공이나 연대보증후 피보증인의 채무불이행으로 빚을 떠맡게 된 사례가 49.7%로 가장 많았고 ▲예금관련 11.9% ▲신용카드 9.8% ▲어음·수표이용 9.5%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금융실명제실시이후 실명확인 및 가·차명계좌의 실명전환문제로 분쟁조정을 신청한 건수도 14건에 달했다.

 금융소비자의 권익의식확대로 은행들의 태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꺾기 커미션등 변칙거래관행은 물론 예금받을때와 대출할때 태도가 돌변하는 「눈가리고 아옹」식의 거래관행이 크게 줄고 있다. 아직도 우월지위를 남용하는 악습이 남아있으나 은행마다 민원전담부서를 설치, 고객불만을 직접 접수하면서 지점별 민원건수 및 개선실적을 점포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주권를 주장할 수록 은행의 문턱은 낮아지게 마련이다.【이성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