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춘익·이오덕씨 등 「문학사상」지에 기고/「덜 중요한 장르」인식 탈피를/어른문학 흉내·외국것 베끼기 없어져야 아동문학을 새롭게 일으키기 위해서는 아동문학에 대한 개념부터 재정립하고 등단과정, 교육과정, 아동문학비평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동문학가 유경환 손춘익 이오덕씨와 아동문학비평가 이재철 최지훈씨, 일선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아동문학가 김종상씨(유석국교 교감)는 「문학사상」 5월호 특집 「아동문학의 현실과 과제」에 발표한 글을 통해 이렇게 제안하고 있다.
「어린이 날」이 있는 매년 5월이면 흔히 문학지들이 아동문학을 거론해 왔지만, 이 특집은 아동문학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실제적인 비판과 개선책을 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우리의 아동문학은 신문학의 뿌리로서 「아는것이 힘, 배워야 산다」는 교육슬로건 밑에서 민족운동의 성격을 띠며 발전해 왔다. 현재 문인주소록에 있는 아동문학가의 수가 8백여명일 정도로 양적인 팽창을 했지만 질적으로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작가들은 뚜렷한 개성적 작품세계를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소재도 교실 안의 생활이 대부분이다. 외국 동화를 여과없이 베낀것도 적지 않다.
유경환씨는 『아동문학은 문학이라는 예술 장르의 기둥이자 뿌리 역할을 하며 인문과학의 기초이론을 제공하는 아주 중요한 인간학』이라고 말한다. 그는 유아적인 문학, 덜 중요한 장르라는 시각에 반기를 들고, 아동문학에 대한 개념을 다시 세울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오덕씨는 『아이들의 현실을 보지 않으려 하고, 그 아이들을 무지하고 어리석은 존재로 보면서 어른문학의 흉내나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동화와 동시를 쓰고 아동문학을 논하면서, 한국의 아동문단과 문학교육을 마음대로 움직여 왔다』면서 아동문학 나름의 독특한 접근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손춘익씨는 등단절차와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엄격한 심사를 거치지 않고 마구 아동문학가를 등단시키는 일부 아동문학잡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아동도서를 추천할 때 습작기의 동인들까지 참여시킬 정도로 추천과정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재철씨는 『아동문학에 관한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대학이 아직까지도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아동문학이 질에 상관없이 마구 유통되는데는 비평의 부재가 큰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손춘익씨는 『아동문학에는 워낙 평론이 빈약하다. 아니 거의 무풍지대나 다름없는것이 아동문학계의 현실이다. 아동이 문학에 대한 분별력이 불분명한것을 기화로 단지 습작물에 지나지 않는 자천·타천의 아동문학 작품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또 단순한 흥미 위주의 저질 만화류나 황당무계한 통속물이 범람한다』고 말했다. 엄격한 문학적 여과장치를 통과한 작품이 아동문학으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아동문학 평론이 활성화해야 한다는것이다.
결국 아동문학은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되살리고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데서부터 새출발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모아지고 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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