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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의 방일/손태규 통일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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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의 방일/손태규 통일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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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태국방장관은 26일부터 일본을 공식방문중이다. 그는 우리나라 국방장관으론 처음 일본에 갔다. 이장관은 도쿄에서 아이치 가즈오(애지화남)방위청장관과 만나 올해부터 두나라 훈련함대가 교환방문토록하고 비행정보식별구역내에서의 사고방지를 위해 비행계획을 사전통보키로 합의했다. 무력으로 주권과 영토를 뺏고 빼앗겼던 두나라는 이번 합의로 군사교류와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연것이다. 이장관은 그야말로 역사적 방일을 한 셈 이다.

 그러나 이장관의 일본행은 시점이 적절치 않아 이러한 의의가 반감되고 있다. 

 아이치장관이 포함된 일본 내각은 25일 총사퇴 했다. 하타 쓰토무(우전자) 새 총리는 사회당의 연정탈퇴로 조각을 못하고 있다. 일본정국은 깊은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아이치장관 역시 법적으로는 현직에 있다하더라도 입지가 불안한 상태다. 그의 재기용설이 있으나 엄연히 사퇴한 상태다.

 한 나라의 정치상황이 이럴 때 다른 나라 장관이 방문을 삼가는것이 외교적 관례라고 외교전문가들은 말한다. 가는 쪽의 목적을 제대로 살리기 힘들 뿐더러 상대방이 어려울 때 부담만 더 준다는것이다. 오히려 결례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장관은 공항으로 환송나온 일본무관에게 『내가 가면 누구와 만나게 되느냐』고 물었다. 일본에 있는 외신은 방위청대변인이 회담 몇시간전까지 『이장관이 누구와 만날지 모르겠다. 만약 새 내각이 짜이면 새 장관과 만날것이다』라고 말한것으로 전했다. 두나라 국방장관의 역사적 회담이 일본 정치상황의 불안으로 혼돈속에서 출발한것이다.

 왜 이장관은 이러한 시점에 굳이 일본으로 갔을까. 러시아 독일방문이 잇따라 잡혀있고 실무자들이 이미 합의한것을 논의하므로 어느 장관이든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외교는 관례가 중요하다. 상대방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은 행동은 억지로 비쳐지기 쉽다. 회담의 모양새도 고려해야 한다. 사퇴한 장관보다는 새 장관과 합의하는것이 훨씬 보기에 좋다. 국방부의 마구잡이식 외교가 안타깝기 짝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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