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분배정의 어긋난다” 지적도 정치권이 총리인준과 국정조사문제에 매달려 있는 26일, 국회 한 모퉁이의 재무위에서는 홍재형재무장관이 난타당하고 있었다. 외환은행의 한국통신 주식입찰가격 조작사건 때문이었다.
재무위는 이 사건을 낙찰가 조작이라는 단순차원에서 다루지 않았다. 의원들은 정부의 감독책임, 금융기관의 신뢰도, 나아가 공공재산(공기업)의 분배문제에까지 비판의 시선을 던졌다.
의원들이 우선 제기한 의문은 입찰대행사인 외환은행이 어떻게 입찰에 참여했는가였다. 『법상 대행사의 입찰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재무부의 답변이 있었지만, 상식에 비추어볼 때 납득할 수 없다는 비난이 대세를 이루었다.
아울러 외환은행이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은행감독원의 감사결과는『내부정보를 이용하지는 않았다』였지만, 이를 수긍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었다. 전산조작, 입찰서조작, 입회경관의 도장도용, 입찰서류의 비공개원칙위반 등을 저지르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의 사건축소의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손학규(민자)·장재식의원(민주)은 외환은행이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낙찰가인「3만8천4백원」에 입찰한 사실을 들며『누가 우연의 일치로 보겠느냐』고 추궁했다. 미리 접수된 서류를 검토해 낙찰가를 산정한후 외환은행이 입찰했다는 주장이었다.
의문제기는 책임론과 공신력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입찰대행기관의 선정과 감독을 맡은 기관이 재무부인데, 외환은행만의 사건으로 국한시켜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두환·김원길의원(민주)은 재무부가 지도감독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산조작은 1억원을 1조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고, 내부정보이용은 파렴치한 불공정 경제행위의 대명사로 미국같은 곳에서는 가혹하게 형사처벌한다는 구체적인 설명도 나왔다.
금융기관의 공신력실추도 의원들의 집중추궁의 대상이었다. 금융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고, 또 계속 받아야 하는데도 이런 조작사건이 나면 금융질서가 혼돈에 빠진다는 것이다.
개탄과 우려속에서『지금의 공기업 민영화방식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물음이 나왔다. 현재의「희망수량 경쟁입찰」이 자금과 정보가 있는 소수에게만 투전판을 제공하고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였다(장재식·김원길의원).
답변에 나선 홍장관은『유사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정부보유주식매각시 대행기관의 입찰참여를 막고 금융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벌하겠으며 의식개혁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재무부의 대책들은 분배측면의 본질적인 해법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여전히 적지않았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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