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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보다 진한 흑인부정 화제/LA거주 그레이브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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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보다 진한 흑인부정 화제/LA거주 그레이브스씨

입력
199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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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한인아이 13년전 입양 혼자길러/최근직장잃자 교포성금 밀물/“한-흑갈등 사랑승화” 교훈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버려진 한국인 갓난아기를 한 흑인노인이 거둬 어엿한 소년으로 성장시킨 휴먼스토리가 교포사회에 화제다.이들 「부자」는 흑인폭동(92년4월29일) 2주년을 맞아 인종적인 갈등을 화합과 사랑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겨 준다.

 특히 이 노인이 최근 일자리를 잃어 생계마저 막막해졌다는 소식이 한국일보 미주판에 보도되자 「흑인노인과 한국소년」부자를 돕자는 캠페인이 일고 있다.

 LA 웨스트코너의 흑인 리언 그레이브스씨(67)는 피부색이 다른 한국인 정 로이군(13·한국명 정대연)과 허술한 아파트에서 단둘이 살고 있다. 돈이 없어 헌옷을 얻어다 기를 만큼 어려운 생활이지만 그레이브스씨는 남다른 부정으로 정군을 길러왔다. 이들이 피보다 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81년. 아파트 옆방에서 사흘간이나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아 들어가보니 출생증명서 한장과 포대기에 싸인 갓난아기가 있었다.

 미혼이었던 그레이브스씨는 『처음엔 고아원에 보낼 생각이었으나 아기 얼굴이  천사같아 차마 그럴 수 없었다』며 『부모가 나타나지 않으면 하나님이 내게 맡긴 사명으로 여기고 아기를 위해 헌신할 것을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한국전쟁 참전용사이기도한 그레이브스씨는 그후 출생증명서를 근거로 주변 한인들에게 수소문, 몇년후 미국 남부지방에 살고 있는 정군의 아버지와 한국으로 간 어머니의 주소를 알아냈지만 부모가 『키울 처지가 못된다』고 양육권을 포기하자 정군을 입양시켰다. 

 어렵지만 행복했던 이들 부자에게 시련이 닥쳐왔다. 그레이브스씨가 30년간 다니던 직장을 잃은것이다. 나이가 많아 다른 직업도 구하지 못해 살림살이는 더욱 궁핍해졌다. 이같은 사연이 한국일보 미주판에 보도되자 사립인 남가주한국학교(교장 존 리건)는 학비가 많이 들어 다니던 베렌도중학을 포기한 정군을 특별장학생으로 7학년에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정군은 25일상오(현지시간) 처음 등교,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렸다.

 이 모습을 지켜본 그레이브스씨는 『로이의 소원을 풀어주게 돼 너무 기쁘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군은 『길러주신 아버지와 도와주신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현재 한국일보 미주본사와 정군의 집으로 교포들이 보낸 장학금과 양육성금은 1만달러를 넘었다.

 이들 부자는 현재 재향군인회등에서 나오는 월 4백35달러(35만원정도)로 생활하고 있다.【로스앤젤레스=이정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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