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정치공세」 여론 반전기대/총리경질 따지되 「실력저지」못하게/민자 민자당이 이영덕총리내정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3일간 늦추는데 동의한 것은 이회창총리경질에 쏠리는 부정적여론과 야당의 명분에 밀렸기 때문이다. 실력저지를 불사하겠다는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표결처리를 강행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봐야한다. 26일 하순봉대변인의 공식논평이『대화와 타협, 양보와 설득이라는 의회민주정치의 기본정신에 입각하여 회기를 연장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민자당이 회기연장을 통해 우선적으로 노린것은 「모양갖추기」라고 볼수있다. 여야의 밀고당기기가 한창이던 25일 민자당은 청와대로부터 『오늘내로 처리하라』는 주문을 받아놓았다. 가뜩이나 이전총리의 경질로 인해 비판적 여론을 받고 있는 청와대측으로서는 후임총리의 임명동의안 처리와 그에 따른 후속인선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싶어했을것이라는 것은 어렵지않게 짐작이 간다. 그러나 야당의 극력반대속에 임명동의안을 강행처리하는 것은 적지않은 후유증이 따른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때문에 임명동의안처리의 지연에 따른 여권의 체면손상과 강행처리로 인한 부담을 저울질한 끝에 후자를 택했다고 봐야한다.
사실 회기연장을 위한 여야의 세 가지 합의사항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아무런 현상변화가 없다. 극단적으로 보면 오는 28일에 똑같은 일이 다시 한번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법사위에서의 국정조사계획서 작성문제가 돌파구를 찾지못하는 상황이 올 경우 야당이 또다시 임명동의안 처리를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은 뻔하다. 그러나 민자당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반대의 강도와 방법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금 당장은 야당의 총리경질에 대한 정치공세가 여론을 업고 있지만 야당이 지나치게 정치공세를 편다는 인상을 줄 경우 무리없는 임명동의안의 처리시도를 해볼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야당으로 하여금 총리경질에 대해 「하고싶은 말」을 하도록 할 경우 야당이 임명동의안을 반대는 하되 실력저지가 아닌 퇴장이나 반대표결을 할수 있는 여지가 생길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다가 민자당은 국정조사가 주는 부담과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인준문제등 산넘어 산처럼 놓여있는 여러 현안에 대한 고려도 미리부터 하고있다. 민자당선택의 폭이 그리많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그리고 민자당은 자신이 처해있는 정치상황을 잘알고 있다.【신재민기자】
◎국조권총리인준 분리대응/여론눈치… 증인채택 성과땐 양보/민주
민주당은 26일 비교적 느긋한 자세로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었다. 전날 임시국회회기연장과 함께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던 상무대국정조사관련 자금추적에 대해 민자당이 번복하고나서기는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결국 잠정합의됐던 수준까지는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제출된 전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 및 총리인준문제와 상무대 국정조사계획서 작성마무리를 직접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전략아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잘 이끌어 왔다는 판단이나 향후 여야간 줄다리기에서 여론의 흐름을 잘못 탈 경우 대여전략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총리인준문제 대응에는 비교적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당내에 아직 이회창전총리의 사임과정을 국무위원해임건의안 처리과정에서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로 정치공세를 취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총리임명동의안에 반대투표를 하는 선에서 멈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상무대 국정조사부분이다. 민주당은 당초 증인신청과 자금 추적문제를 연계, 정치자금유입과정을 밝힐 수 있는 수표 및 계좌추적이 허용된다면 증인과 참고인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당내에서 김영삼대통령과 노태우전대통령에 대한 참고인신청과 전현직정치인들에 대한 증인신청대목에 강경론이 비등해 진통을 겪고 있다. 또 선뜻 양보했다가 『야합했다』는 여론의 화살을 맞을 가능성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전현직대통령에 대한 참고인채택을 끝까지 밀어붙일 경우 정치적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고 보고 자금추적 문제와 연계해 적절히 활용한뒤 철회할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다. 박지원대변인이 26일『성역없이 떳떳하게 참고인으로서 진술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면서도『그 진술방법에 있어서는 전현직 대통령으로서의 충분한 예우를 갖출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선 것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전현직대통령외에 증인 및 참고인으로 신청한 정치인들에대해서는 절대 양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금추적문제와 관련해서 민주당은 여당이 법률적 이유를 들어 불가를 고집할 경우 관련법률을 개정해서라도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국정조사 및 감사에 관한 법률과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제출준비를 해놓고 있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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