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선 참여 공식선언/7월 공장건설·97년 생산시작 산업연구원(KIET)은 26일 삼성그룹의 승용차산업 진입 허용여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유보한 채 4가지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삼성중공업은 그러나 오는 7월부터 공장을 건설, 97년하반기께부터 완성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이날 공식선언했다.
KIET는 이날 자동차공업협회가 발주한 용역보고서에서 ▲진입 허용 ▲진입 불허 ▲3∼4년간 결정유보 ▲3∼4년간의 유예기간후 진입허용등 네가지 유형으로 나눠 그 득실과 장단점을 분석, 당국의 정책대안으로 제시했다.
KIET는 진입을 허용할 경우 ▲자유경쟁 원칙및 행정규제 완화라는 현행 정책기조와 부합되고 ▲제품선택의 폭이 넓어져 소비자 후생이 증가되며 ▲장기적으로 산업의 효율성 증대, 기술수준 향상, 수출 증가, 기업 대형화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단기및 중기적으로는 ▲기술인력 유출과 연구개발 의욕저하에 따른 기술자립 저해 ▲독자모델 개발노력 후퇴 ▲인력 스카우트에 따른 임금상승 유발 ▲부품수입증가와 부품가격 상승 ▲설비확장 경쟁에 따른 중복 과잉투자등 자동차산업 전반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KIET는 이같은 단기적 충격을 고려할 때 3∼4년간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추이를 관찰한 뒤 신규진입 허용여부를 결정하거나, 3∼4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뒤 진입을 허용하는 나머지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KIET의 이같은 의견은 삼성의 승용차산업 참여를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결과나 영국 오티교수(랭카스터대)가 지난해11월 KIET국제세미나에서 제시한 결론과 크게 다른 방향이다. 상공자원부의 정기수수송기계과장은 『당국으로선 기술도입 신고를 접수받기 전에 어떤 입장을 나타낼 수 없다』며 『3∼4년의 결정유보나 허용유예가 법적으로 가능한 지 여부도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KIET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실망스러우며 이번 보고서와 관계없이 올 7월부터 공장을 건설해 빠르면 97년하반기께 완성차를 생산한다는 자체계획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민경휘 KIET연구위원 배경설명/“원칙적으론 허용해야하지만 현실 고려/3∼4년은 경쟁력확보등 감안한 기간”
KIET의 민경휘연구위원은 이날 배경설명을 통해 『신규진입 허용에 대한 결론은 궁극적으로 당국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번 보고서를 통해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민위원은 『3∼4년은 엔고등 국제여건 변화, 선진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후발개도국의 추격가능성, 국내 기존업체의 대외경쟁력 확보등을 복합적으로 감안한 기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KDI등이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데 대해 민위원은 『논리의 일관성이 적어 다소 성급한 결론을 내린것같다』고 일축했다.
또 그는 삼성이 외국기술을 도입해 신규 참여한다는 전제로 분석을 진행했다고 강조하면서도 쌍용자동차가 최근 벤츠와 기술제휴해 승용차를 생산키로 한 점이나 대우가 독자모델없이 합작생산중인 현실과 비교할 때 국내 파급영향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민위원은 『원칙적으론 허용해야 하나 현실을 감안치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결국 삼성의 진입허용 여부를 둘러싼 이론대결은 이날 보고서로 일단 끝났고 이제 주무부서인 상공부와 정치적 판단으로 「공」이 떠넘겨진 셈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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