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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 “차분” 엇갈린 흑촌-백촌/남아공 역사적총선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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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 “차분” 엇갈린 흑촌-백촌/남아공 역사적총선 현장을 가다

입력
1994.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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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보도진 3천명 취재경쟁/백인들 불확실미래에 우려도  「자유를 향한 마지막 발걸음」 「변화만이 유일한 확신」 남아공 최대 일간지인 선데이 타임스의 25일자 1면 톱기사 제목이다.

 1652년 네덜란드인들이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 케이프타운에 발을 디딘지 3백42년. 인구의 15%에 불과한 백인들이 흑인의 모든것을 지배한 남아공의 역사가 26∼28일 실시되는 총선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연다. 그 주역은 생애 최초로 투표소에 나가는 이 나라 절대다수 흑인이다.

 유엔과 유럽연합(EU), 개별국가의 선거참관단만 3천여명, 역사의 현장에 몰려온 보도진만도 3천여명이다.

 유세가 끝난 25일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백인거주지역은 조용한 가운데 따스한 가을햇살 즐기는 조깅족과 사이클족만 드문드문 눈에 띈다. 평화로운 분위기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에는 담담한 수용의 자세와 함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축제분위기 거리활보

 시내중심가와 흑인 거주지역에는 흑인들이 눈을 빛내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그들의 표정은 운동회를 앞둔 국민학생처럼 기대와 흥분에 들떠 있다. 그러나 결전을 기다리는 전야처럼 기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소웨토, 알렉산드리아등 흑인집단거주지역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려나와 마치 축제를 준비하는 듯한 들뜬 분위기여서 흑인거주지역의 표정은 백인거주지역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요하네스버그에 설치된 프레스센터는 6백여석의 대규모 좌석과 최신 통신장비들이 갖춰져 보도진들의 취재와 기사송고를 지원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신변안전 카드착용

 해외에서 온 보도진만도 25일까지 3천여명이 넘어 남아공의 역사적 선거에 대한 전세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 프레스센터측은 기자들이 시내를 돌아다닐 때는 반드시 프레스카드를 착용, 신변의 안전을 지킬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는 지난 19일 총선참여로 급선회한 흑인 최대종족 줄루족의 인카타자유당(IFP)을 포함, 모두 27개 정당이 참여했다. 그러나 총선의 승부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넬슨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50∼60%, 데 클레르크 대통령의 국민당(NP)이 15∼20%,IFP가 10% 안팎을 득표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ANC가 승리함으로써 만델라가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될 것이지만 새 정권은 5%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내각구성에 참여하는 연립거국내각적 성격을 갖도록 잠정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과도정부 임기5년

 새 정부는 5년임기의 과도정부이다. 5년내에 영구적인 헌법을 제정, 99년 5월 완전한 새 정부가 출범하도록 돼 있다.

 관심은 총선결과보다 총선후의 정국에 쏠려 있다. 흑인정치세력중 ANC와 경쟁관계로서 흑·흑 유혈충돌을 빚은 IFP가 극적으로 총선 1주일전 선거에 참여키로 타협함으로써 총선의 합법성을 둘러싼 유혈사태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IFP는 새 정부 구성에는 불참을 선언,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부 공정배분등 과제

 새 정권의 최대의 문제는 억눌려 왔던 흑인들의 폭발적인 기대심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스리는가에 있다. 정치적 참여을 얻은 흑인들은 경제적인 부와 사회적 균등기회를 요구할 것이다. 주택, 고용, 교육등 만델라의 공약이 다수흑인들의 기대감을 조속히 충족시켜 주지 못할 경우 흑인들의 축제분위기는 폭동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그럴 경우 만델라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백인주축의 군대로써 흑인을 진압할 수밖에 없다. 혼란이 가중되면 중립을 지키고 있는 군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만델라는 이미 광산국유화·부유세 신설등 과거공약에 대해 확실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는 『하루 아침에 우리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될 수는 없다』며 인내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백인이 쌓아온 경제적 부와 백인정권의 테크너크랫, 행정력, 군, 경찰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만델라 정권은 기득권 세력인 백인과 백인처럼 잘 살기를 원하는 흑인을 모두 조화롭게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요하네스버그=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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