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절 그린 「최초의 인간」 딸이 펴내/출간되자 “불티”… 1주새 5만부 팔려 60년 1월 4일. 파리 근교 국도에서 자동차 한 대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47세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자동차 안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가방 속에 든 미완성 원고와 함께. 카뮈는 3년전 노벨문학상 상금으로 산 루르마랭의 집에서 친구와 함께 파리로 가던 중이었다.
펜으로 쓴 1백44쪽 분량의 초고는 불완전했다. 구두점도 생략되고 속필에 난해한 글씨, 쪽을 헤아리기 힘들 만큼 어지러웠다.
「최초의 인간」(원제:LE PREMIER HOMME·갈리마르간). 사후 34년만에 딸 카트린느 카뮈(48)가 정리해 햇빛을 보게된 이 작품은 쿠르빈민지구에서 보냈던 카뮈의 어린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의 15년을 그리는 자전적 소설이다. 「최초의 인간」은 지난 15일 발간돼 1주일만에 5만부가 팔리면서 파리 독서계를 흥분과 감격으로 몰아넣었다. 해외 16개국의 출판사들은 판권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카뮈가 57년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 침묵하던 기간에 쓴 것으로 보인다.
소설은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노새가 끄는 수레에 가재도구와 만삭의 아내를 싣고 황혼의 자갈길을 걸어가는 앙리 코르메리의 모습과 사내아이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한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모두 카뮈의 가족이며 아이는 카뮈자신이다. 카뮈는 소설에서 자크 코르메리라는 소년으로 등장한다.
엄한 할머니와 글을 읽지 못하는 어머니. 그러나 겸허한 인생의 고귀함이 빛을 발하는 가정이다. 가정의 침묵과 자제, 믿음, 사랑은 카뮈에게 가장 큰 가르침이었다.
어린 카뮈는 스스로 도덕과 진리를 체득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수용하고 믿음을 가지기까지 성장한다. 그는 즉 「최초의 인간」 또는 「최초의 남자」이다.
그러나 「최초의 인간」에서 가장 강렬히 묘사되는 것은 「무서운 공허」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카뮈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지 9개월만에 프랑스 전선에서 전사했다. 소설의 절반은 「아버지를 찾아서」라는 장으로 구성돼 있다.
소년 카뮈는 아버지를 대신해 줄 수 있는 평생의 은사 루이 제르맹선생을 만난다. 카뮈는 평생 어머니 다음으로 그를 사랑하고 고마워했다. 이 책에는 카뮈가 노벨상을 받은 다음날 제르맹선생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돼 있다.
파리의 비평가들은 『카뮈가 돌아왔다. 이 책에 카뮈의 모든 것이 있다. 감수성·충실·자비·정직·책임감·믿음·절대에 대한 갈증, 꺼지지 않는 슬픔 그리고 힘이 공존한다』고 평하고 있다. 이 유작은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으나 카뮈의 유족이 미완성에다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출간을 거절해왔다. 딸 카트린느는 원작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으로 정리, 교정했으며 이해가 불가능한 단어와 문장은 괄호 속에 넣어 그대로 두었다.
유고 곳곳에서 보이는 『이름 바꾸는 것 잊지 말 것』이란 메모는 이 작품이 자전적인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