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아공의 대변혁/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아공의 대변혁/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04.26 00:00
0 0

 소웨토와 샌드톤. 두 도시는 남아공 최대도시인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대표적인 흑백 거주지역이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공식적인 사망선고를 내릴 흑백자유총선을 2일 앞둔 24일. 두 도시의 외양은 거주민의 피부색깔만큼이나 완연히 구별됐다.

 샌드톤의 백인주택가. 수영장과 테니스 코트가 딸린 1에이커(1천2백여평)이상의 대저택들이 즐비하게 울창한 수풀속에 가려져 있다. 담장에는 전기철조망이, 집앞에는 무단접근하면 발포하겠다는 경고문이 씌어있다. 경비원을 빼고는 흑인은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

 소웨토. 성냥갑 같은 판잣집들이 어깨를 비비듯 늘어서 있다. 상하수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지만 전기도 안들어오는 농촌의 흑인부락보다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거리에는 흑인의 대중교통수단인 소형버스들이 줄을 서있다. 백인들은 고급승용차로, 흑인들은 이 버스로 요하네스버그에 출퇴근한다.

 이방인의 눈에는 흑백의 이 두 도시는 영원히 닮은꼴이 될 수 없고 그 주인들은 결코 섞일 수 없을 것처럼만 보였다.

 아파르트헤이트의 유산은 그러나 흑백간에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흑백갈등에 못지않은 흑·흑간의 반목과 유혈. 이것이야말로 이 나라의 진정한 불행이며 비극이고 앞으로의 숙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백인정권이 뿌린 씨앗이다. 백인들은 흑인원주민들을 종족별로 철저히 분할통치함으로써 단결된 힘을 거세하고 반목을 조장했다. 흑인의 정치참여가 허용된 지난 4년간 1만5천여명의 희생자를 낸 정치폭력은 대부분 흑인세력간의 유혈충돌이었다.

 백인정권에 의해 27년간 섬에 투옥됐던 만델라가 대통령이, 백인인 데 클레르크 현대통령은 부통령이 될 것이다.

 이 두사람의 운명의 자리 바꿈만큼 변혁을 극명하게 상징하는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제 아파르트헤이트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역사의 단어로 묻혀져 간다. 남아공의 한 유력지는 이를 남아공에는 3백42년 백인통치의 종식이요, 아프리카에는 대륙의 해방을 완료하는 것이며, 세계에는 서방의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마지막 응징이라고 해석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