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우리 사회에서는 전문인력, 고급인력양성의 필요성에 대한 외침의 강도에 비해 그 활용이나 적정 배치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는 그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느낌이다. 활용의 필요성에 의해서 양성의 필요성이 있을진대 그러한 현상은 매우 기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경제학의 원리는 차치하고라도 수요와 공급은 그 균형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최근 고급인력의 유휴현상에 대한 우려의 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이미 고도의 전문화시대, 기술집약시대, 정보화시대로 특징지어지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적합한 전문인력, 고급인력이 태부족이며 그 충족이 시급한 과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물론 이것이 매우 절실한 문제라는 인식을 같이 하는데 인색할 이유는 없다.
사회나 산업부문에 따라서 인력사정은 각각 다를 것이다. 부문에 따라서는 필요인력이 극심하게 부족하기도하고, 대체로 충족되기도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잉여상태에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문인력이나 고급인력, 특히 고급인력은 그동안 계획양성보다는 개인적 선택에 의해 교육훈련을 받았고, 일면 사회의 직능구조나 산업구조는 나름대로의 원칙과 필요에 의해 형성돼왔기 때문에 수급이 일치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인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반대로 고급인력의 주체로서는 구인처가 있는데도 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와 같은 마찰적 관계도 있을 수가 있다.
수요자측에서 직장 타성이나 인건비 절약 때문에 고급인력 채용을 기피하거나 공급자측에서 자신의 조건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제시된 조건의 취업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을 수가 있다. 박사학위는 학계 또는 해당 전문분야 진출의 입문자격증에 불과하다는 겸허한 인식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마찰적 현상이나 쌍방의 기피현상과 같은 사례는 단기적 현상으로서 장기적으로는 극복돼 나갈 것으로 본다. 여기서는 다만 고급인력의 수요와 공급체제 및 수요자, 공급자의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수요자 측면을 생각해 본다. 고급인력의 수요자는 정부, 산업, 교육연구부문을 위시해서 국가기능부문, 사회·문화부문에 걸쳐 폭넓게 존재할 것이다 . 어느 부문이었든, 개방·국제화시대에 임해서 국가경쟁력을 가지려면 고도의 고급인력 활용이 긴요한 과제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고급인력의 양성체제문제는 할애하고 수요체제에 국한해 생각해 본다.
먼저 정부의 경우 관료체제의 폐쇄성과 공무원 임용제도의 경직성의 탈피에 의한 고급인력 확보가 요청된다. 정부에서도 기회있을 때마다 행정의 전문화를 강조해오고 있다. 현재의 공무원 임용제도에 더하여 한쪽으로는 전문분야에 대한 고급인력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특별전형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외화되고 있는 현행 특채제도로는 고급인력을 충분히 수용할 수가 없다. 어느 분야보다도 고급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교육·연구부문에 대해서는 획기적으로 많은 인력의 투입과 그들에 대한 처우, 신분과 관련된 유인을 높여 주어야 할 것이다.
국가능력과 국가경쟁력 강화의 기본적 바탕은 무엇보다도 교육·연구분야의 축적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정부에서 대학교수 정원을 늘리고 그 확보율을 높이고자 하는 시책이 발표된 바 있는데 이는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며 계속해서 그 시책이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인 대학에 이를 담당하는 무수한 교수요원이 충분히 충원되지 않고서는 필요한 자질을 갖춘 고급인력을 배출시킬 수 없다. 연구축적이 없는 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환기시키면서 연구직에 대한 처우, 신분 기타 연구여건상의 유인이 더욱 확고히 돼야 하고 연구자 역시 진정한 연구자로서의 자기충족과 사회적 사명에 대한 인식이 투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운영상 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고급두뇌 풀제도도 더욱 확대되고 진정한 고급두뇌의 활용책으로서 합리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
산업부문에 있어서도 기술집약시대, 정보화시대에 있어서의 경쟁력은 연구개발 실적 여하에 의존함을 깊이 인식하여 고급인력의 활용과 확대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는 산업 이외의 다른 사회분야에 있어서도 다를 바가 없다.
다음은 고급인력의 공급자라 할 수 있는 고급인력 주체의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선진국 사례에서는 이미 고급두뇌의 사회진출이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박사학위나 변호사자격 소지자와 같은 고급두뇌의 경우 물론 학계나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례도 많겠으나 일반 관계, 언론계, 경제계등 사회적으로 폭넓게 다양한 진출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박사학위 취득 열기가 뜨거운데 미국같은 경우 경제계에서는 박사학위 소지자보다는 경영대학원의 석사학위(MBA) 소지자가 더욱 우대되고, 독일같은 경우에도 특정분야의 디플로머 소지자가 더욱 평가받는등 실용주의사회의 사례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를 해주는 바가 있다.
이제 고급인력의 활용을 통한 효율 제고는 국가발전을 위해서 불가결의 전제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급인력의 수요와 공급체제의 재정립, 수요자와 공급자 양자의 자세와 풍토전환 역시 긴요한 과제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정신문화연구원장>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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