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권위주의가 없고 권위가 있는 대신 한국에는 권위는 없고 권위주의만 있는것 같다. 한국이 2차대전이후 미국체제를 많이 모방해 왔지만 역시 본질적인 바탕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것 같다. ◆미국의 정치체제는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체제다. 입법·사법·행정부등의 3권분립체제를 가장 충실히 따르고 있다. 지금도 「우리들 미합중국 국민들은…」으로부터 시작되는 연방헌법에 대한 긍지가 국민들사이에 대단하다. ◆대통령중심제라고 해서 대통령이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일례로 근년에 예산 한번 원안대로 의회를 통과시킨 대통령이 없다. 대통령은 예산편성권만 있지 심의·통과권은 의회의 성역이다. 제왕형 권위주의가 생길 여지가 없다. 그러나 권위는 있다. 정치·경제·사회등 각 부문에 걸쳐 얼마든지 있다. ◆89년 11월9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직후 미상원외교분과위원회에서는 「베를린장벽 붕괴이후의 소련과 동구」라는 주제의 청문회가 열렸었다. 증언자는 미국의 냉전시대 대소외교전략인 「견제정책」을 창안했던 조지 케넌교수였다. 펠, 바이든, 사이먼, 록펠러등 외교위상원의원들은 물론 연구기관 종사자등 방청객들의 청취자세가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었다. 증언이 끝났을 때에는 참석했던 단상의 상원의원들이 모두 단하의 증언석으로 내려와 정중히 악수를 청하고 감사를 표했다. 또한 의회속기사·신문기자들까지 포함, 장내의 모든 참석자들이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대소외교에 관한한 「살아있는 최고 권위」에 대한 경의였다. ◆한국에는 조지 케넌이 없다. 3, 5, 6공등 군사 및 준군사적 권위주의통치 30년사이에 민간권위들이 사라졌다. 통치권위는 다른 권위와 공존할줄 몰랐다. 이 유산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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