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서 할일” 자제속 결과신경청와대/여,정면대응방침 여론감안 한발후퇴/민주,강공자세 유지하며 협상 태세로 이영덕 총리내정자 국회임명동의문제가 난항 끝에 가까스로 최악의 파국을 면했다.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25일에도 총리인준을 둘러싼 공방을 계속했지만 회기연장이라는 잠정타협안에서 겨우 절충점을 찾아냈다. 그렇지만 이회창총리 경질에 대한 여론이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어 여론의 향배가 문제해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일치된 견해이다.
청와대는 25일 총리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해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개입인상을 피하려 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속이 타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개인적으로 『전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법절차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총리임면은 대통령의 권한이고 헌법과 국회법 정신에 따라 이를 처리하자는 것을 막는 것은 실력저지가 아니라 불법저지』라고 격앙했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막고 나서는한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실토했다.
한 관계자는 『헌정사상 국회에서 21번 총리임명동의안을 처리해 15번 동의하고 6번 부결시켰지만 표결 자체를 저지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과거 예까지 들어가면서 『지난해 황인성총리 임명동의안처리 때도 불참반대를 했지 저지를 하지는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청와대는 이회창총리 경질파문과 비판여론이 워낙 높아 정면돌파를 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물실호기를 만난 야당에 마냥 끌려다닐 수도 없어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민자당은 하오 늦게까지도 민주당의 총리인준거부공세를 「무책임한 정치선동」이라고 되몰아치다가 밤11시께 회기연장이란 절충점을 찾아냈지만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안팎의 지적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당지도부로부터 원내문제를 일임한다는 「묘한」당부를 받은 이한동 원내총무는 청와대의 기류를 수시로 탐색하며 협상카드를 모색했다.
이총무는 마지막 총무회담이 끝난 뒤 합의사항을 발표하며 『회기가 일단 3일간 연기된 만큼 내일이라도 국정조사계획서가 만들어지면 곧바로 본회의를 열어 국정조사문제와 총리임명동의안을 일괄 처리할 것』이라고 회담내용을 설명했다. 이총무는 『민주당이 지연작전을 계속 쓸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연장된 회기내에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앞서 민자당은 상오 여의도당사에서 고위당직자회의와 확대당직자회의를 연데 이어 하오에는 의원총회를 소집하는등 하루내내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고심했다. 특히 비공개로 진행된 확대당직자회의와 여야총무회담직전 소집된 의원총회는 원내대책조율과 함께 여론탐색에도 상당한 비중이 두어졌다.
또 이날 아침 예정에 없던 고위당직자회의를 주재한 김종필대표는 『야당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조차 원내심의대상으로 착각하는 것은 개탄스런 일』이라며 『원칙에 입각해 대응해 나가면 잘 해결될 것』이라고 「의연한 대응」을 당부했다.
문정수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을 상무대사건 국정조사 참고인으로 요구한데 이어 총리임명동의문제까지 정치쟁점화하는등 국정을 파행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총무는 『민주당주장은 헌법과 국회법을 무시한 몰법리적인 주장일 뿐 아니라 과거 국회운영관행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총무는 상오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총무단과 국회상임위원장단의 별도 회의를 소집, 원내대책의 수위를 사전조율하는등 종일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민주당은 이날 밤늦게까지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기택대표등 당지도부는 김태식총무와 법사위의 국정조사계획서작성소위원들로부터 수시로 협상내용을 보고받고 입장관철을 독려했으며 민자당의 총리임명동의안 단독처리에 대비, 의원들을 비상대기시켜 당 주변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하루종일 지속됐다.
민주당은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여당과의 타협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이날의 고비를 넘어가기 위한 수순을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은 김대통령의 총리경질을 헌정질서의 유린이라고 규정짓고 국회에서 이 문제를 따지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당 및 새한국당과 공조를 통해 전체의원 3분의1의 서명을 받아 전 국무위원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강공책을 구사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통령이 총리사직서를 받고 3분만에 후임자를 결정하는등 감정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조세형최고위원) 『이전총리의 사임과정과 헌법질서를 유린한 행위는 규탄받아야 한다』(한광옥최고위원) 『국회가 공전되더라도 총리사임의 부당성을 계속 주장하자』는 강경대응론이 주조를 이뤘다.
의원총회에서 림채정의원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총리를 통치권에 대한 도전으로 해임한 것은 국민을 속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김원웅의원도 『내각총사퇴와 헌정질서유린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톤을 높였다.
민주당은 여당이 총리인준을 단독강행처리할 경우에 대비, 소속의원들을 의사당 주변에 비상대기토록 하는등 종일 긴장을 풀지 않았으며 본회의가 끝난 뒤 심야의총을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이계성·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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