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내년 수출재개땐 하락 주도/중국/수요폭발적… 상승복병 부상/OPEC영향력 감소… 당분간 안정세 전망 22일 상오(현지시간) 뉴욕선물시장(NYMEX)의 석유가격은 개장하자마자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날 기준유가인 WTI(6월인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종가는 전날보다 배럴당 무려 51센트가 뛴 17달러 14센트로 끝났다. 석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석유장관들이 감산합의에 실패한 지난 3월28일 13달러 90센트를 최저점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한달도 채 못된 사이에 3달러이상 상승했다.
22일 석유가격이 51센트나 상승한 가장 큰 요인은 나이지리아 소요사태이다. 로이터등 뉴스매체가 39개의 유정(유정)을 폐쇄했다는 보도를 전세계로 타전하자 선물시장은 사겠다는 거래인의 고함으로 가득차고 유가는 올랐던 것이다.
석유브로커회사인 카길(CARGILL)서비스의 석유전문가인 하워드 레넬은 『현재의 석유수급현황으로 볼때 석유가는 17달러50센트이상 오를 이유는 없다』고 안심시키면서 『요즘 선물시장의 가격은 그날 그날의 시장요인에 따라 20센트 폭까지는 쉽게 오르락 내리락한다』고 설명했다. 레넬은 하루의 석유가 변동은 로이터 다우존스등 전자통신이 토해내는 경제뉴스에 큰 영향을 받으며 CNN마저 이제 선물시장의 가격변동 요인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증권이나 채권시장의 동향까지 석유가를 움직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증권값이 떨어지자 기관투자자들이 적잖이 석유선물투자로 몰리고 따라서 석유가를 상승시켰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이 되어 석유가를 순간순간 변동시키고 있다.
70년대에서 80년대초반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석유장관회의가 열리면 세계가 떨었다. 그들이 모이면 석유가격은 뛰었고 세계경제가 요동쳤다. 그러나 지난 3월하순 제네바에서 열린 OPEC석유장관회의에 세계는 거의 무관심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산유량조절실패는 오히려 석유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OPEC이 모일때마다 석유가가 떨어지는것이 근년의 현상이다. 최근에는 OPEC석유장관회의를 고래보호회의에, 그리고 OPEC자체를 멸종하는 포유동물에 비유할 정도로 OPEC은 약화되었다.
그러면 서기 2000년까지 석유값은 현재의 안정추세를 유지할것인가. 이같은 물음에 월가의 석유전문가들 상당수가 정치적 변혁이 없다면 유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을것으로 예측한다.
지금 석유시장에는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힘과 가격을 상승시키려는 힘이 충돌해가고 있다. 우선 이라크는 가장 임박한 가격하락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 1년안에 유엔이 이라크에 대한 석유금수조치를 풀수밖에 없다고 월가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이었던 야마니는 이라크가 95년중 석유수출을 재개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석유금수조치가 해제될 경우 이미 수요를 앞지른 공급이 더욱 늘어 석유가를 크게 떨어뜨리는 계기가 된다는것이다.
석유가격 상승요인으로는 미국경제의 회복과 아시아국가들의 급속한 산업화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에너지소비패턴은 장기적으로 석유수급에 커다란 변수가 될것이라는데 이구동성이다. 중국은 연간 10%씩 석유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석유수출국이었으나 예상보다 훨씬 앞서 내년부터 석유수입국이 된다는데 월가전문가들이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중국의 석유소비가 늘어날수록 OPEC의 영향력은 되살아날것으로 석유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기적인 석유가 예측이란 언제나 부정확하다. 80년을 전후하여 전문가들은 서기2000년에 석유가는 50달러를 넘는다고 점쳤으나 지금은 20달러를 넘지않는다고 전망하고 있다.【뉴욕=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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