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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장치」 풀려 활성화 기대/고기준목사 사후의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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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장치」 풀려 활성화 기대/고기준목사 사후의 기독교

입력
199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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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후반부터 국제무대 홍보주력/92년 법적 뒷받침… 외부선교는 불허 북한기독교를 대표해온 「간판 목사」였던 조선기독교연맹 서기장 고기준목사가 지난달 30일 사망한 이후 북한의 기독교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되고 있다.

 22년 평남 증산군서 태어난 고목사는 58년 조선민주당(현 사회민주당) 조직부장을 시작으로 81년까지 사민당 정치위원으로 활동했다. 82년 목사안수를 받고 기독교도연맹 서기장을 맡아 왔었으며 86년께부터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목사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회장 오충일)는 21일 하오7시 서울종로구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예배실에서 추모예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강문규 대한YMCA사무총장과 윤영애 아시아여성토론회 한국실행위원회총무는 「내가 만난 고 고기준목사」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강사무총장은 『그는 목사로서 열정적 신앙인이라기 보다는 순진하고 이성적인 신앙인이었다』고 회상했고 윤총무는 그에게 주체사상과 기독교인의 믿음에 대해 물어봤더니 『주체사상과 하나님사상은 다르며 우리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사상이 아닌가』라고 대답했었다고 전했다.

 KNCC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몇년전 미국 시카고의 이북실향민들이 남북한 목사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한 실향민교포가 『고동무, 당신 가짜 목사지』라고 슬쩍 트집을 잡자 고목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면서 『손님을 이렇게 대접할 수 있느냐. (북에서)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당하는 어려움도 모르고…』라며 섭섭해 했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90년 7월14일 동경에서 한국의 한 교회전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목사는 『북한에서는 절대다수가 주체사상을 신봉, 기독교를 믿는 문제에는 별 관심들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며 『주로 개별전도를 하는데 신자가 조금씩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45년 해방당시 1천4백개의 교회와 12만명의 신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평양은 특히 「조선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교세가 강했다. 그러나 6·25전쟁 이후 교회가 자취를 감추었다가 뒤늦게 88년 평양의 봉수교회와 조선기독교도연맹건물이 복원되고 92년에 평북 대동군 용산면 하리에 제2의 교회당인 칠골교회가 복원됐다. 현재는 1만여명의 기독교인이 있고 이중 평양에는 1천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배당이 없는 지방에서는 「가정교회」란 형식으로 매주 예배를 갖는데 전국적으로 5백여개의 가정교회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조선기독교도연맹은 지난 74년 세계교회협의회(WCC)에 가입을 시도했으나 기각당했으며 80년대 후반부터는 고목사를 내세워 국제무대로 활발히 나서는등 대외홍보에 주력해오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에 종교학과가 설립된 91년 2월 WCC 제7차총회에는 옵서버로 참석하기도 했으며 92년 3월과 지난 1월에는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목사가 북한을 방문하는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또 72년 제정된 북한헌법에 명시됐던 「반종교의 자유」 부분은 92년 4월9일 헌법을 개정하면서 삭제됐고 그해 발간된 조선말대사전에서도 유물론적 시각으로 왜곡돼 있던 기독교관련 용어들이 거의 제대로 풀이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레이엄목사의 최근 방북에서도 부흥회개최는 실패해 북한기독교의 한계를 드러냈다. 고목사는 WCC총회등에서 『외부선교사의 북한내 선교는 허용될 수 없다』는 원칙을 거듭 밝혀 왔었다. KNCC의 김영주목사는 『북한의 기독교는 빈약하나마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법률적·제도적 잠금장치들이 풀리면서 활동이 그런대로 활발해지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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