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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차…러시아의 분노/이그나텐코 이타르 타스통신 사장(해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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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차…러시아의 분노/이그나텐코 이타르 타스통신 사장(해외칼럼)

입력
199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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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라주데시 근교에 있는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 대한 나토의 공습은 국제정세를 절대적으로 새롭고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갔다. 미국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행세하며 러시아와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말해 세르비아계에 대한 폭격은 실제로 협상을 깨는 계기가 됐으며 러시아의 외교정책을 극히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공습결정은 러시아와의 상의없이 독자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월요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수행해 스페인을 방문중인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마드리드 발언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코지레프는 미국에 대해 강경한 톤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코지레프는 『러시아와 상의없이 공습결정의 모험을 감행한 것은 큰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는 고라주데시 근교의 세르비아계에 대한 두번의 나토공습 이후 보스니아 회교정부를 지지하는 유엔을 강력히 비난했다.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의회의장인 크라이스닉은 유엔의 허가아래 자행된 공습을 파멸의 전조로 묘사했다.

 그는 세르비아계 정부의 지도부는 지금부터는 유엔특사와 협상은 계속하겠지만 러시아 비탈리 추르킨 특사와의 휴전중재를 받아들이는데 더욱 힘쓸 것임을 강조했다. 또 세르비아계는 자신들을 기만하는 다른 중재자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방세계는 나토의 공습에 대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회의 구유고문제담당소위 위원장이자 하원외무위 의원인 로버트 웨어링은 고라주데시 근교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 대한 공습개시전에 서방지도자들과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사실은 큰 실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로버트의원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최근 사태진전에 관해 하원에서 영국의 입장을 밝히는 성명을 발표할 것을 존 메이저 총리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러시아의 최근 행동방향은 러시아의 유엔 주재대사인 유리 보론초프에 의해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코지레프와의 사전협의를 마친 보론초프는 고라주데시에 대한 유엔군의 배치, 회교도군의 무장해제를 포함한 현 위치에서의 세르비아계의 군대철수등 긴급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렵다. 그것은 나토가 루비콘강을 건넌 뒤에도 진격을 멈출 계획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유엔사무총장의 공식대리인인 조 스틸은 뉴욕에서 나토는 유엔지도부와의 사전합의없이 고라주데시 근교 세르비아계에 대해 지속적인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 상황은 국제적 중재노력의 한계를 벗어났는지도 모른다. 보스니아 사태해결을 위해 미·러가 공동보조를 취하는데 합의한다면 사태해결을 급진전시킬지도 모르지만 최근 안드레이 코지레프와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과의 전화협상은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러시아에는 나토가 유럽에 신발칸전쟁을 야기시킨다고 생각하는 정치가들이 많다. 공습은 러시아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세르비아계는 항복대신에 유엔과의 접촉을 끊었으며 위기를 해결하려는 몇달동안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다.

 전쟁억지력으로 무력을 처음 사용해본 나토는 지금 실질적인 행동을 요구받고 있다. 당연히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나토의 새로운 문제라고 보여진다. 그러한 변화에 상당히 고무된 미국은 자신들의 군대는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스니아 안보문제에 대해 간섭할 권리를 행사하려 하고 있다.

 최근 며칠동안 러시아는 제2강국으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고라주데시 근교의 세르비아계에 대한 미국의 공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아직도 발칸지역을 자신들의 영향권하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따라서 러시아의 사전동의없이 자행되는 어떠한 지역적인 변화도 용납하려고 하지 않는다.

 클린턴 미대통령은 옐친의 강력한 항의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음이 세르비아계에 대한 두번째 공습으로 증명되었다. 미국의 대러정책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친러파들은 더 이상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워싱턴으로부터의 보도를 보면 중부·동구유럽을 바라보는 클린턴행정부의 시각은 스트로보 탤보트가 주창한 「러시아 우선정책」독트린의 종말을 고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세르비아에 대한 폭격은 러시아의 위신을 크게 손상시켰다』고 러시아 부총리 세르겔 샤크럴은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국내 정치상황이 폭격맞은 세르비아계만 걱정하고 있을 처지는 아니라며 단지 민족주의자들만이 현 상황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샤크럴은 폭격을 결정할만한 사람이라면 구유고의 정치적 해결을 포기하면서까지 모든 책임을 감당해낼만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한다. 반대파들은 확실히 「러시아인들의 굴욕」이라고 떠들며 선전용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옐친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도 「그럴듯한 설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비록 외교적 수사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모스크바와 워싱턴 사이의 심각한 갈등을 피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정리=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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