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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맞수들 서로 손잡는다/제살깎기서 협력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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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맞수들 서로 손잡는다/제살깎기서 협력체제로

입력
199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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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 상대방 장점 배워/KAL­아시아나 「항공권 통일」/기아자­삼성중 부품제공관계/해외 현지공장·건축수주도 공동전략 라이벌들이 손을 잡는다.그동안 안팎에서 불꽃튀는 경쟁을 벌여온 라이벌기업들이 냉엄하고도 치열한 국제경쟁시대를 맞아 국내기업끼리의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재계정상을 놓고 다투는 양대그룹이 서로 닮아간다 싶더니 상대방의 강점배우기에 열중하는가 하면 경쟁분야에서의 공조체제를 모색하는등 업계의 맞수들이 앞을 다투어 서로 손을 내밀고 있는것이다.

 삼성과 현대는 상대방의 전략산업과 기업문화를 배우는데 어느때보다도 열성이다. 삼성은 신경영에서 「공격적 경영」을 강조하고 현대는 「기술의 현대」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은 또 저돌성과 모험심을, 현대는 정보와 홍보를 강조한다. 「삼성=기술과 정보」 「현대=뚝심과 추진력」이란 과거 공식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의 강점을 배우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삼성이 승용차시장 진출을 선언했을때 현대가 「묵인」해준 것도 양그룹간 변화된 기류를 짐작케 한다.

 치열한 공중전을 벌여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5일 국내선 항공권 공동사용제에 합의 서명했다. 아시아나 항공권으로 대한항공을 탑승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토록 항공권양도·양수협정을 체결한것이다. 지난 88년부터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줄곧 적자를 내온 양사가 처음으로 「협력비행」에 합의, 서비스의 질적개선에 함께 나선것이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과 4개 외국항공사만 입주해있던 도심공항터미널에 대한항공이 이달초 입주한것도 양사의 화해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승용차시장을 무대로 한판승부가 불가피해진 삼성과 기아그룹도 알고 보면 「동반자관계」. 삼성중공업이 판매중인 8톤 유압식크레인의 주행장치는 기아자동차에서 만든것이다. 여기에 삼성이 작업장치를 씌워 판매한다.

 삼성중공업은 또 대우중공업에서 엔진을 구매하고 자체 개발한 액슬(엔진의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부품)을 대우중공업과 금성전선에 제공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에서 개발한 유압펌프와 로더액슬은 각각 대우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서, 동명중공업에서 개발한 유압모터는 삼성중공업에서 구매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주요부품 상호구매로 중장비업계가 30%이상의 원가절감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현대전자는 작년12월 아남전자와 상호 OEM(주문자상표공급방식)계약을 체결, 대형컬러TV, 하이파이오디오, 미니컴포넌트등 2천5백대를 이미 공급받았고 아남전자측에 CD비전을 공급키로 했다.

 경쟁기업들의 협력은 해외무대에서 더욱 활발하다. 작년6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인도 국영해운사가 발주한 14만톤급 유조선 4척 건조공사를 공동 수주했다. 현대건설과 쌍용건설도 싱가포르 선택시티의 6억2천만달러짜리 건축공사를 공동 수주해 현재 공사중이다. 이밖에도 금성사 삼성전자 대우전자등이 유럽지역에 TV생산업체를, 삼성전기 삼성전관 오리온전기등이 부품업체를 공동 가동 또는 건설중이다.

 중소기업인 삼선공업과 농암금속도 최근 상호출자원칙에 합의하고 기술 생산 판매등에서 부분적으로 공동전략을 구사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첫단계로 삼선공업에서 사용하던 금형 9벌을 용암금속의 공장으로 옮겨와 삼선의 「아스트라」브랜드로 알로이휠을 생산키로 했다.【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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