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증가율 예대보다 높아/금액도 제각각 “차별화”… 일부선 덤핑까지 은행들의 「수수료따먹기」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금융거래에 부과되는 각종 수수료들이 자율화되면서 은행들이 「밑천없이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수수료 수입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장사는 주로 예금받은 돈으로 대출을 내주고 이자차익을 챙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리자유화 이후 예금이자는 올라가고 대출이자는 떨어지면서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 고객들의 수익민감성이 높아져 조달비용(예금금리)은 자꾸 상승하는데도 돈을 빌려 써야 할 기업들은 직접금융시장으로 몰려 은행이 대출세일까지 나서야 할 형편이다. 이렇게 되자 은행들은 떼일 염려도 없고 수익도 짭짤한 수수료장사(FEE BUSINESS)를 대폭 강화, 수수료율 차별화와 새로운 수익원천개발에 나서고 있다.
23일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국책은행제외)들이 올린 수수료수익은 총 9천9백20억원으로 92년(8천1백70억원)보다 21.4%나 늘어났다. 반면 예·대업무를 통해 얻은 이자수입은 고작 3.2%증가에 그쳤다. 전체 은행수지에서 수수료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15%에서 17%로 높아졌다.
현재 은행수수료는 ▲자기앞수표발행 타은행현금지급기(CD/ATM)인출 송금등에 부과되는 원화수수료 ▲회사채발행 신용장발급때 보증을 서준 기업에 받는 지급보증료 ▲환전 해외송금등 외환수수료등이 있다. 지로와 타은행 CD/ATM인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수료는 은행들이 자율결정토록 돼 있다.
요즘 은행에 가면 은행별로 수수료가 크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싸게 해서 보다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박리다매」전략이다. 이자율처럼 수수료에도 「차별화」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자기앞수표 발행수수료의 경우 한푼도 안받는 은행에서 1백50원까지 받는 은행이 있고 다른 지역의 CD/ATM에서 돈을 찾을 때 물리는 수수료도 무료에서 2백5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외화환전이나 송금수수료 역시 은행별로 크게 다른데 조만간 지로송금이나 다른 은행 CD/ATM으로 인출할때 내는 수수료도 자유화될 방침이어서 고객들은 수수료가 싼 은행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신용장을 개설할 때 은행이 보증을 서주고 챙기는 지급보증료 역시 총보증금액의 0.5∼1.5%로 다양하다. 보증요율은 기업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일부 은행과 리스·종금사들은 보증요율을 0.2∼0.3%까지 인하, 「수수료 덤핑공세」를 펴고 있다.
선진국에선 은행수입중 수수료비중이 40∼50%에 달한다. 심지어 동전을 교환할 때도 돈을 내야 하지만 은행은 수수료수익이 많은만큼 예대마진은 줄여 보다 싼 자금을 기업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비싼 예금을 유치해 더 비싸게 대출함으로써 고금리구조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우리 은행들과는 다르다.
최근 국내은행들도 수수료수익확대를 위해 ▲기업어음을 보관하거나 ▲타은행발행 자기앞수표로 입금(하루이내)할 때 ▲현금카드발급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수수료수익이 늘면 대출이자를 다소 낮춰도 은행수지엔 영향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좀더 값싼 산업자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수수료수입 개발·확대도 고금리벽을 다소나마 깰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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