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단체·이인수씨 등 “이적” “명예훼손” 고발따라/“출판탄압”비판우려 신중자세/“현대사 맞물려 평가난… 전체구도로 판단”/출판후 큰반향불구 “역사왜곡”비난도 89년 완간이래 3백50여만부가 팔린 대하소설 「태백산맥」이 사법의 심판대에 올라 수사당국이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경찰청 보안국은 지난 11일 이승만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씨(명지대교수)와 한국전쟁참전총연맹 대한파월유공전우회등 8개단체가 조씨와 한길사대표 김언호씨를 국가보안법위반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고발해옴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경찰은 본격적인 고발인과 피고발인 조사에 앞서 학계 및 평론가의 견해등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중으로 내달 초순께 고발인 조사를 할 계획이다.
그러나 검경은 이 소설이 출간된 지 5년이 지난데다 출판계 탄압이라는 비판이 일어날것을 우려,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더구나 92년 검찰에서 이적성 여부를 검토했으나 시대상황등 여러가지 점을 고려해 문제삼지 않은 사실을 들어 『다 끝난 일을 왜 이제 와서 문제삼느냐』는 반발이 일어나면 마땅한 대응논리가 없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검경은 현재 조씨등의 처리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채 『수사를 해보고 결정할 문제』라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수사관계자들은 『이 소설은 해방에서부터 6·25직후까지의 현대사를 형상화시킨 작품으로 현대사 평가와 맞물려 있는 만큼 사법적 평가가 쉽지 않다』면서 『소설내용 일부보다는 전반적인 흐름과 총체적인 구도를 통해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발인들은 1백20쪽에 이르는 장문의 고발장에서 『소설 태백산맥은 대한민국 체제와 정통성을 부인하고 북한 김일성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하는등 공산주의 혁명사상을 조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발장은 「대한민국과 이승만 관련」 「군경의 위상 관련」 「6·25남침은 인민해방과 조국해방전쟁 관련내용」 「농지개혁과 소작쟁위 데모에 관한 내용」 「여순반란사건과 미군참전」 「율어해방구 관련내용」 「빨치산은 순결한 인민해방, 민족해방전사, 미국과의 싸움 관련내용」 「박헌영의 역사적 선택결정과 김일성에 관한 내용」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태백산맥은 발간당시부터 문학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80년대 한국문학사의 가장 큰 성과라는 평을 받았는가 하면, 현역 작가와 평론가 50명이 뽑은 「한국의 최고소설」, 출판인 34명이 뽑은 「이 한권의 책」1위, 독자 5백명이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1위, 대학생 1천6백50명이 뽑은 「가장 감명깊은 책」1위등 각종 기록을 남겼다.
또 국내 대하소설로는 최초로 일본 3대 출판사인 집영사와 완역 출판계약을 맺고 6월부터 일본현지출판에 들어갈 예정이며, 림권택감독이 올 추석 개봉예정으로 영화제작이 착수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문학작품」 「의식화 학습교재」 「왜곡된 현대사 소설」등의 비난도 없지 않았는데, 최근의 우익 및 보수위기론과 결부돼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됐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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