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찰가 사후변경불구 은폐/일부선 “입찰자체 무효” 반발 외환은행의 한국통신주식 응찰가격 조작사건은 은행의 생명인 공신력에 큰 흠집을 남겼다. 은행측은 『입찰건수가 17만건이나 돼 이를 토대로 최저가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 접수창구에서는 응찰 주식수와 가격을 확인했기 때문에 입찰금액의 동향을 가장 잘 알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입찰대행기관이 입찰에 참여한 것부터가 비록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고 하나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외환은행은 응찰가격을 사후에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 사실을 숨기려 해 은행의 도덕성과 공신력에 흠집을 남겼다. 외환은행은 21일 최저낙찰가가 3만4천7백원이라고 밝히고 은행측은 3만4천6백원으로 들어가 떨어졌으며 가격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식 발표」 했었다.
외환은행은 전산자료는 조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무부측은 외환은행이 컴퓨터조작을 했다고 밝혀 컴퓨터조작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일부에서는 입찰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어 사태수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허준행장 회견/“낙찰가격 사전파악 불가능… 허위발표는 내가 지시했다”
―사건경위는.
▲입찰마감일인 19일 주당 3만4천8백원에 총 90만주를 응찰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최저낙찰가가 우리의 입찰가격과 같은 3만4천8백원이 되어 90만주중 42만3천주는 낙찰되고 나머지는 유찰됐다. 그러나 42만3천주 낙찰로 낙찰입찰대행기관으로서 낙찰커트라인을 사전입수했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었고 또 같이 3만4천8백원을 써낸 2백41명의 개인투자자가 외환은행때문에 떨어지게 됐다.(입찰가가 같으면 물량이 많은 순서로 낙찰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외환은행이 가격미달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3만4천6백원에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개인투자자 2백41명을 위해 전 국민을 속일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인가.
▲같은 가격으로 응찰한 개인투자자들을 구제하고 입찰대행기관으로서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낙찰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원래 낙찰가는 3만4천7백원이 아니라 3만4천8백원이었다는 말인가.
▲외환은행의 90만주가 입찰에서 빠져나가면 최종 낙찰가가 1백원 낮아지기 때문에 3만4천7백원으로 발표했던 것이다.
―최종 낙찰가를 미리 알고 3만4천8백원을 써낸 것은 아닌가.
▲우연의 일치다. 투자자들이 입찰가격과 주문물량을 봉인해서 제출해 모든 입찰자의 신청가격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순한 허위발표가 아니라 전산내용까지 바꿨다는 얘기가 있는데.
▲전산조작은 절대로 없었다.
―허위발표는 누가 결정했는가. 재무부측과 사전협의는 없었나.
▲관계임원들과 협의는 거쳤지만 전적으로 내가 지시한 일이다. 재무부로부터 허위발표의 지시를 받거나 사전에 협의한 적은 없다. 오늘 아침 재무부에 들어가 사건내용을 설명했을 뿐이다.
―어떻게 수습할 생각인가.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과 투자자들에게 죄송하다. 사건이 수습되는대로 사표를 제출하겠다.
―은행장이 물러난다고 실추된 은행 공신력이 회복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는 안되겠지만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이상호·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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