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최소화 수습책 부심/민자/“1인정치 한계·보수화” 공세 /민주 여권이 지난해 12월 쌀시장개방으로 내몰린 국면을 타개키 위해 선택한 「이회창카드」가 1백28일의 단명으로 끝남으로써 향후 정국도 크게 출렁일 조짐이다. 벌써부터 야당은 내각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총리가 보여준 독특한 소신과 원칙은 주요 현안에서 야당의 정치공세를 사전차단하는 방어막으로 작용했지만 상대적으로 여권도 팀웍차원에서 적잖은 부담을 느껴왔다는게 일반적 해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여야가 22일하오 이총리의 경질직후 보인 색다른 반응은 그동안 이총리에 대해 가져왔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것이면서 동시에 정국향배나 여야관계의 전도를 점칠 수 있는 잣대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정치쟁점화될 소지
특히 민자당은 이총리가 청와대와의 마찰로 물러났다는 점을 의식한듯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한 반면 민주당은 『권력의 견제로 소신을 펴지못한것을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말해 이총리의 사임자체가 정치쟁점화될 소지마저 낳고 있다.
또 민주당은 이총리의 퇴장을 개혁의 후퇴와 등식화시키면서 보수색채의 강화에 따른 공세를 펼 태세여서 상무대 국정조사권발동으로 어느정도 가닥을 잡아나가던 정국은 또 한차례 경색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여권은 집권2기의 사령탑으로 내세웠던 이총리를 내부갈등으로 교체하는 상황에 처함으로써 정국운영의 시나리오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된것도 사실이다. 실제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총리가 드리웠던 여권내 「그늘」의 폭과 깊이가 컸던 만큼 일부동조층의 이탈등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그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는 일도 새로운 과제로 안게됐다는게 정치권의 일반적 판단이다.
○타개용 비장카드 필요
민자당은 이영덕총리내정자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파장을 조기수습하고픈 눈치이나 상식을 벗어난 「자중지란」이 연출돼 야당의 내각총사퇴요구까지 대두된 국면을 타개키 위해서는 「비상한」정국카드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민자당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 대변인 논평이외의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대통령중심제하에서 국무총리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최근 이총리의 행보와 은근히 비교해가며 청와대의 사표수리를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모양새 구겼다 아쉬움
문정수사무총장등 당직자들은 총리경질소식을 전해들은후 『할말이 별로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고 특히 이날 상오 청와대주례회동을 다녀온 김종필대표는 대표실에 있으면서도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하순봉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UR비준등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 중요한 시기에 국정책임을 맡은 이총리가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하고 결국 물러난 것은 사려깊지 못한 행동으로 경질된데 유감을 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국무총리는 대통령 다음으로 무한책임을 져야하므로 물러나더라도 모양을 갖추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하는 분위기이다.
○…민주당은 이총리의 전격경질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속에 배경 파악과 함께 향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민주당의원들은 총리경질로 정부의 개혁이 후퇴하고 보수화될 가능성과 함께 당장 상무대국정조사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대표권한대행인 김원기최고위원은 의원회관에서 소식을 듣고 즉시 마포 중앙당사로 나와 연락이 되는 당간부들과 대책을 숙의했다. 김최고위원은 『이총리는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책임을 지키려는 최초의 총리였다』면서 『결국 김대통령의 일인 정치가 이를 수용하지 못한것』이라고 아쉬움을 표명했다.
조세형최고위원도 『신한국건설과 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김영삼정권이 너무 급격한 한계에 부딪친것이 아니냐』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새총리 인준거부론도
한광옥최고위원과 이부영최고위원도 이총리의 퇴진에 큰 아쉬움을 표하면서 이영덕총리내정자의 보수성향을 겨냥, 정권의 보수회귀가능을 우려했다. 일부 의원들은 내각총사퇴요구와 함께 신임총리 인준을 반대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23일 김권한대행의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총리전격경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이유식·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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