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통령을 편안하게…/이종구 국제부장(데스크 진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통령을 편안하게…/이종구 국제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04.23 00:00
0 0

○너무 많은 지침들 외국특파원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해왔다. 「김영삼대통령은 정치적인 큰 사건이 터질때 사건처리의 결정적 획을 긋는 지시나 지침을 자주 내린다. 한국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나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그같은 대통령의 지시나 지침은 권위주의의 한 행태로 비쳐질수 있다」 그의 말을 얼핏듣고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지 잘 이해가 가지않았다. 대통령의 지침이나 지시가 어떻게 권위주의의 한 행태로까지 「비약」되는가.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보니 그의 말은 옳은 구석이 있었다. 최근 몇몇 사건들의 진행추이를 살피면 왜 이런 말이 나오는가를 알수가 있다.

 한때 스님을 스님이라고 써야 할지 승려라고 써야할지 헷갈리게 했던 조계사 폭력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과천선지하철 연쇄사고, 상문고 내신조작사건등도 같은 범주의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은 당연히 처음부터 정당한 접근방식에 의해 처리됐어야 함에도 유야무야되는듯하다가 대통령으로부터 「철저조사」 「엄중문책」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갑자기 눈덩이처럼 커졌고,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 나갔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지시라는 권위에 의해 처리되고 해결의 수순을 밟았다. 관련부처나 기관들은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질때까지 눈치를 보며 뭉그적거려 온 셈이다.

○장관들은 뭐하나

 사실 대통령이 「철저조사」 「엄중문책」등의 지시를 자주 내리는것은 바람직하지않다.철저조사 엄중문책이 제대로 이행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그럴 경우 가뜩이나 많은 대통령의 업무에 부담과 책임을 더 얹어주게 된다. 그럼에도 관련부처의 장들이 자신의 직분을 소홀히 해 대통령을 나서도록 하는것은 어려운 일은 윗사람한테 떠 넘기고 직분의 명예나 갖고,높은자리에서 즐기자는 생각을 하고있다고 밖에 볼수가 없다.

 이런 관행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면 권력이 한곳에 집중돼 있다는 쓸데없는 오해를 낳게 할수가 있다.비록 오해일지라도, 이런 오해가 확산될 경우 의외의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그런 전철을 과거에 수없이 보아왔다.

 부처의 장관들은 공연스레 윗사람이나 또는 여기저기에 눈치볼 이유가 없을 것도 같다. 장관이란 직분을 갖는것 자체가 그리 쉬운일은 아니니 그걸로 만족하면 될법도 하다. 장수하려고 여론에 신경쓸 이유가 없고, 다른사람은 한번 하기도 힘든것을 두번 세번 하기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릴 이유도 없다. 이런 자세를 갖춘다면 소신을 갖고 멋지게 부처의 장을 할수도 있지않을까. 대통령을 쓸데없이 권위주의의 장본인으로 비치게하는 오해도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어떤 장관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식의 소신행정을 펴서는 안된다. 정부내의 위계와 내각의 조화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외신에는 각나라의 국정운영권자인 대통령이나 총리의 말과 행동이 가감없이 자주 보도된다. 특히 민주주의가 잘 발달됐다고 하는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의 말은 거의 하나도 빠트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 그들이 어떤 정치적 사건과 관련, 사건처리의 향방을 가름할 철저조사 엄중문책등의 지침이나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를 접한적이 없다.

○말을 아끼게 해야

 최근 어느 방송사 청와대출입기자가 김영삼대통령의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면서 대통령을 국가경쟁력 향상에 전념토록 하기위해 일정을 줄여 격무에서 헤어나게 해야 한다는 요지의 보도를 하는것을 들었다. 그의 말이 옳다. 대통령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말을 아끼게 해야 한다. 무역전쟁에 대비한 국가경쟁력 강화, 한반도 안보전략등 그렇지않아도 대통령에게 걸린 부하는 산더미처럼 무겁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국제화전략에 몰두해야 할 대통령에게 그런데까지 신경을 쓰게한다는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