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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사이드의 질서/김영환(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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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사이드의 질서/김영환(메아리)

입력
199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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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투고중 상당량을 차지하는 교통문제를 접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자동차로 서울의 강북에서 강남으로 가려면 한강다리를 건너야한다. 한강상류쪽으로 강변북로를 달리다 서울대교를 넘으려면 우회전한다. 한남대교는 좌측으로 빠져 단국대쪽으로 간뒤 다시 우회전해서 건너야한다. 동호대교는 강변북로에서의 한강교 접근법이 없다. 다리를 건너는 방법이 이렇게 다르다. 우리는 우측통행이니 우회전하거나 램프를 따라가는 게 기본일 것이다.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우측으로 가야 한다는 상식적인 생각에서 붙었는데 빠지는 길이 없다. 표지판에 왼쪽이라고 쓰인 것을 본 순간 꼬리를 물고 달리는 차량을 헤치고 끼여들기는 늦었다. 강남에서 강북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연간 1만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세계정상급인 우리의 교통사고사망은 이런 도로정보 부족에도 연유할 것 같다. 도로정보가 부족하니 사람들의 운전이 불안해진다. 나의 운전이 불안하면 남의 운전도 불안해진다. 출근이 불안하니 하루가 불안하고 개인이 불안하면 사회정서가 불안으로 오염된다.

 한국방문의 해라지만 도로정보부족으로 내국인도 헤매는 판이니 렌터카에 도전하는 외국관광객들은 더 불편할 것이다. 이것은 곧 관광 경쟁력의 열위다. 정보부족으로 불안한 것이 운전만은 아니다. 80년 신군부가 등장한 후 「안개 정국」에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또 작년 8월 대망의 금융실명제가 전격단행됐지만 기업가나 주식투자자들은 지레 불안해하여 투자심리가 극히 위축됐었다.

 한국에 수학여행 오는 일본의 고교생들은 경부선 새마을호열차의 좌석배정을 여행 1년전쯤 끝낸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동경시내 일부 시내버스정류장에는 어디행 버스가 몇분뒤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며 버스를 타면 종점까지 몇분 걸린다는 예고가 전광판에 수시로 변하면서 나타난다고 한다.

 결국 이정표가 명확하고 예측이 가능한 사회가 돼야 그 속의 문화도 표피적 찰나적 향락적이 아니라, 심층적 구경적 사색적인 사회로 발전할 것이다.

 지금 누구나 외쳐대는 정보화사회도 컴퓨터 따위의 전자화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민중을 중시하고 소비자를 중시하는 사회의 기본틀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한다. 한 나라의 경쟁력배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길을 무단횡단한 기초질서사범은 몇 푼의 벌금을 물려 계도하면 된다. 그러나 다리를 건너는 방법을 통일하지 않아 공급사이드에서 질서와 정보를 어지럽힌 행정가들은 어떻게 계도해야 하는가.<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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