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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랜타 “남부의 한국인 종가”/뉴욕―LA 횡단 「한인사회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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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랜타 “남부의 한국인 종가”/뉴욕―LA 횡단 「한인사회 조망」

입력
1994.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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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뉴올리언스등 “교포 물결”/댈라스·휴스턴 「새코리아타운」부상/라스베이가스엔 「안산공원」등장… 코리아위상 실감 해외기동취재팀은 이번에 미국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했다. 이 취재는 미전역의 한인사회를 전체적으로 조망할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번 취재를 통해 한인사회가 미국전역에서 구석구석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육안으로 확인할수 있었다. 

 대체로 교민사회하면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다른 곳보다 월등한 도시 자체의 규모나 교민수로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미국의 한인들은 미대륙의 웬만한 도시 어딜가나 만날 수 있다.

 취재팀의 대륙횡단은 뉴욕에서 동남부로 내려가 중서부를 거쳐 LA까지 14박15일, 5천8백에 이르는 「남부코스」였다. 주요 도시별로 교민사회의 경제활동 현황을 살펴보았다.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워싱턴DC. 다른 지역의 한인사회가 미국경기의 회복세에 힘입어 안정속에서 성장을 하고 있는데 비해 아직은 불황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듯했다.

 산업기반이 없는 행정도시로 일반적으로 돈이 흔치는 않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불황을 덜타는 도시로 통한다. 그러나 업소수 2천5백여개, 교민 8천명인 이 도시의 한인경제는 지난89년부터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불경기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방위산업 퇴조, 흑인폭동, 지진등의 여파로 불경기를 겪고 있는 LA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의 대부분은 중상류층 생활수준을 영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도 『한인들은 대부분 흑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시내에 살지않고 학군이 좋은 스프링필드등 연 6만∼8만달러 소득수준의 고급주거지역에 몰려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에서 남서쪽으로 6백40여마일을 지루하게 달려 도착한 곳은 조지아주 수도 아틀랜타. 미제의 상징인 코카콜라 본사가 이 곳에 있다. 교민경제는 워싱턴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96년 올림픽개최지로 들떠있는 도시 전체의 활기를 한인사회도 그대로 타고있는 것같았다. 교민수는 3만여명. 지난 10여년사이 3배가 늘어났다. LA폭동피해자들의 유입도 계속 늘고 있다.

 아틀랜타는 특히 앨라배마 미시시피 아칸소 루이지애나 플로리다등 남부지역 한인사회의 종가격 도시다. LA가 서부 한인사회의 「서울」로 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한인회 관계자는 아틀랜타에서 마이애미까지 자동차를 타고 가다보면 30분∼1시간마다 한인업소가 하나씩은 나온다고 말했다. 동남부 11개주 전역에 한인업소들이 거미줄처럼 번져있는 셈이다. 교회가 80여개, 사찰이 3개나 되며 한국식당 50여개, 의료기관 32개, 부동산중개업소 40여개에 미용실이 20여개다. 

 도라빌지역의 뷰포드 하이웨이주변은 코리아타운으로 불러도 될만큼 한인업소가 밀집해 있었다. 조지아와 플로리다 접경에서 미용재료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남씨는 최근 한인상인들이 인구 1만명 정도의 시골에까지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들끼리의 과당경쟁이 걱정될 지경이라고 한다. 이를 막아보기 위해 지난해 7월에는 이 문제를 다룰 협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다음 기착지는 재즈와 칵테일의 발상지 뉴올리언스. 앨라배마주에서 내려와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들어섰다. 유명한 관광도시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남부의 가난한 오지로 미국에서는 알려져있다. 한인사회는 인구 1천5백여명에 불과한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이 도시의 주요도로에서도 한글간판은 어김없이 볼 수 있다. 한인수가 이처럼 적어 미국에서 가장 화기애애한 가족적인 분위기의 한인사회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이 곳의 한인들은 일반적으로 동남부지역이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못살기는 하지만 잠재력이 크고 다른 곳에서보다 경쟁이 심하지 않아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착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뉴올리언스는 우루과이라운드타결에 힘입어 미국 제2의 항구도시였던 과거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미국의 「석유수도」 휴스턴에 다다르기까지는 프리웨이를 하루 온종일 달려야 했다. 어스름한 저녁 석양속으로 수많은 정유공장의 굴뚝들이 연기를 뿜고 있었다. 70년대말 전세계가 유류파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때 이곳 휴스턴만은 최대의 경기를 구가했었다. 한인사회도 당시에는 5만명을 웃돌 정도였다. 그러나 그후 석유값이 안정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고 이와함께 한인 숫자도 2만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LA등지에서 다시 한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신흥상가 하윈에는 만만치 않은 도매업소들이 많다. 하윈의 도매상가는 미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소매상에 각종 의류와 잡화를 공급, 연간 2천만달러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휴스턴 한인경제의 젖줄이다. 지난 3월1일 한인 10명의 공동투자로 문을 연 이 곳의 한 대형 쇼핑몰은 14개 입주업소가운데 8개가 한인소유이다. 

 인근 댈라스의 한인인구는 휴스턴의 2배인 4만여명에 달한다. 한인사회에서 댈라스는 텍사스주 제일의 도시이다. 상가의 규모도 엄청나게 크다. 시원하게 뚫린 로열가와 해리 하인스가를 따라 한글간판이 즐비하다. 이 도시 한인들은 특히 서울과 댈라스간의 직항로가 곧 열리게 될것이라는 소식에 기대가 더 크다. 댈라스는 미국내 7대 도시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인사회 역시 이 도시의 성장세를 그대로 타고 있다. 

 특히 스티브 바틀렛 댈라스시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광복절을 「한국의 날」로 지정할 것을 약속했다. 바틀렛시장은 또 해리 하인스의 한인상가지역을 「코리아타운」으로 공식 지정할 것을 다짐했다. 이 곳의 한인들은 이처럼 높아진 자신들의 위상에 고무돼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이 지역 한인들 사이에서는 월드컵축구대회후원회장인 김인건씨를 내년 시의원선거에 출마토록 성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리면 한국과 미국 다른 지역에서 몰려들 1만여명의 한인들에게 숙박 교통등 각종 편의를 제공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댈라스를 떠나 서부로 향하는 길은 눈을 의심할 정도의 웅장함과 이국적 신비로움에 압도당하면서 미국자연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여정이었다.  그랜드 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등 중서부의 원시자연지대를 지나 유타주쪽에서 15번 프리웨이를 타고 내려가면 사막에 세운 인공도시 라스베이가스를 만난다. 외래관광객으로부터 연간 60억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불황이라고는 모르는 이 도시의 한인은 8천여명.  호텔도시답게 전체 한인근로자들의 80%가 호텔 관련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곳 한인들의 얘기로는 라스베이가스가 기후 직업 주택등의 면에서 생활여건이 어느 도시보다 낫다고 한다. 이 도시가 미국의 여러 도시가운데 가장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인들의 사업가능성도 어느 곳보다 높다는 주장이다. 대형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교민은 『LA가 불과 3백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LA의 불황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가스는 한국의 경기 안산시와 자매결연했는데  안산의 이름을 빌린 「안산공원」이 지난 3월16일 시의 서부외곽지역에 개장됐다. 이는 네바다주의 13개 소수민족중 한인사회가 최초로 고유명칭의 공원을 갖게 된 기록이다.【로스앤젤레스=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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