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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이대표 고민/“주유엔 북대사 만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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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이대표 고민/“주유엔 북대사 만날까 말까”

입력
1994.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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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활용」 등 후유증 우려 주저/성사땐 「조우」형식 대화 가능성 방미해 워싱턴일정에 들어간 이기택민주당대표가 고민중이다. 이대표 측근들역시 머리를 싸매고 있다. 바로 박길연주유엔북한대사를 만나느냐 마느냐하는 문제때문이다.

 이대표는 박대사를 만나고 싶지만, 만만치않은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고있다. 이대표 주변인사들도 『민족현안의 해결에 일익을 맡을 수 있다』고 적극론을 개진하기도 하고 『방미성과 전체가 뒤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기도 하는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대표의 박대사 면담은 출국전부터 극비리에 추진돼왔다. 박대사측에서는 이미 「면담가능」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왔다는게 이대표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주변정세와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해 일단 유보됐었다. 이대표측은 미국방문에 오르면서 통일원에 접촉신청을 하지않아 박대사면담건은 사실상 물건너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대표―박대사의 회동가능성은 이대표가 미국에 도착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측근들은 『국내파장을 줄이면서 이벤트를 만들 방법이 있다』고 이대표에게 은근히 건의했다. 그 묘안은 비공식적인 회동을 주선하되, 현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뉴욕일정이 시작되는 25일이나 26일께 이대표가 유엔안보리의장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박대사를 조우한뒤 따로 「우연한」형식의 대화를 갖는다는 방법이다. 또 박대사가 이대표를 예방, 여러 얘기를 나누는 형식도 검토됐다.

 이같은 방식에 대해 박대사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표가 워싱턴에서 내셔널프레스클럽연설, 로버트 돌 상원공화당원내총무면담 등으로 분주한 그 시각, 뉴욕에서는 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었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이제 이대표의 결심만 남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대표는 아직 가부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뉴욕 일정 까지는 아직 3일의 시간이 있다.

 무엇보다 두사람의 만남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오던 방북문제를 성사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이대표측을 부추기고 있다. 박대사가 이대표의 방북을 초청하는 평양의 서신을 전달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역으로 북한이 이대표를 선전에 활용할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그럴 경우 국내에서 『성급한 한건주의』라는 비판이 거세게 나오게 된다. 

 그래서 이대표는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워싱턴=이영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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