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안보조정회의 제동 배경/결재생략·사후보고 관행에 쐐기/청와대참모겨냥 질책성 발언도 21일 상오 총리실간부회의가 끝날 무렵 이회창총리는 「예고에 없던」지시를 내렸다. 지시요지는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는 청와대 통일원 안기부등 관계부처간의 협의조정이 목적이지 정부정책의 결정을 목적으로 설치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조정회의에 회부·조정된 안건은 관계장관이 사전에 총리의 「승인」을 받은뒤 시행하라』는것.
이총리는 회의직후 조정회의 당사자인 이영덕 통일부총리를 불러 이같은 뜻을 직접 지시했다. 이총리는 또 참모와의 사전 상의없이 직접 만든 지시사항을 자구수정이나 배경설명등 군더더기를 달지말고 언론에 그대로 발표토록 했다.
이총리의 이날 지시는 일단 지난 15일 특사교환철회와 북한벌목노동자의 국내수용방침을 밝힌 제2차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 대한 강한 불만표출로 풀이됐다. 당시 이부총리는 이 사항을 언론에 공표하면서 총리의 결재는 물론 사전보고도 하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총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가 승인하지도 않은 정책이 정부의 방침으로 공식발표될 수 있느냐』며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사실 외교안보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알려져 있고 정책조정회의 역시 북한핵문제등 대북·외교문제를 둘러싼 정부내 혼선을 막기 위해 새롭게 만든 회의이다. 박관용 비서실장과 정종욱 외교안보수석등 청와대가 주도하는 이 회의는 현재 외교안보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기구로 돼있다.
따라서 법에 명시된 총리주재의 고위전략회의등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됐고 총리는 정책조정회의의 멤버에서도 빠졌다. 결국 외교안보정책에서 이총리는 사실상 거의 배제된 셈이고 청와대는 물론 통일원 안기부 주변에서는 이총리가 외교안보분야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총리는 이날 지시를 통해 정부정책은 외교안보분야를 포함, 반드시 총리가 관여하고 챙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했다. 이총리의 이런 의중은 자신이 참석하지도 않는 회의의 결정이라도 내각이 관련된 사항이면 반드시 자신의 승인을 받으라는 지시로 구체화된 것이다. 이총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같은 지시를 내부적으로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총리실간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언론에 공개하는 다소 극적인 형태를 택했다.
이총리는 이날 지시를 통해 청와대참모건 실세장관이건 어느 누구도 정부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통령보고이전에 총리의 결재를 거치라는 주문을 보다 분명히 했다. 「총리결재생략·사후보고」라는 잘못된 관행은 자신이 총리로 있는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한편 청와대측은 이총리의 지시가 청와대가 주도하는 정책조정회의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다소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총리지시가 나름의 근거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는듯 하다. 다만 내부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언론에 공개해 정부내에 불협화가 있는것처럼 비쳐지는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총리실 주변에서는 최근 이총리가 자신의 결재를 거치지 않은 장관들의 정책발표, 청와대참모진들의 일방적인 정책결정등에 대해 관계자들을 불러 호되게 질책하는 모습을 많이 볼수 있었다.
이총리는 얼마전 관변단체에 대한 정부지원중단지시,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기 위한 시도지사회의의 직접 소집등이 총리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에 『총리는 정치적인 자리가 아니라 내각과 행정을 책임진 자리』라는 말로 이를 일축했었다.【이동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