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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의 상황변화 기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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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의 상황변화 기류(사설)

입력
1994.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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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전쟁위협과 핵사찰 거부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된 이래 남과 북에서 새로운 상황진전이 이뤄져 눈길을 끌고 있다. 즉 한·미국방장관회담과 북한의 요란한 화해의 손짓이 그것이다. 우선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북한의 기습도발에 대비, 연합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시키기로 한것은 방위협력을 재확인·강화키로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아울러 북핵해결과 관련, 그동안 논란이 있었던 팀스피리트훈련의 재개시기를 오는 11월까지로 설정한것은 북한에 대해 확고한 공조와 결의를 과시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지금까지 핵폭탄 1∼2개를 만들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했고 또 가까운 시일안에 4∼5개의 핵탄을 만들수 있는 량을 추출하게 될것이라는 윌리엄 페리미국방장관의 발언에 놀라지 않을수 없다. 오래전부터 미국방부와 CIA(중앙정보국)는 북한이 비밀리에 플루토늄을 생산, 수개의 핵탄제조능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이미 만들었다고 주장해와 페리장관의 발언은 새삼스러운것이 아니지만 바로 며칠전 『핵무기를 만들지도 않고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는다』는 김일성주석의 발언을 뒤집는 것이어서 매우 주목된다 하겠다.

 한편 김주석이 82세생일을 맞아 서방언론들과 일련의 회견을 통해 전례없이 평화와 미소공세를 파상적으로 벌인데 이어 북한이 한·미국방장관회담과 때를 맞춰 국제원자력기구에 대해 중단했던 핵사찰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해온것 역시 태도변화임에 틀림없다. 하기야 그들이 언제 어떤 변덕을 부려 태도를 또 표변할지는 예측불허이나 이같은 수용시사는 지난달 IAEA의 추가사찰수용을 촉구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장 성명에 대한 첫 반응이자 회답인 것이다.

 북한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안보리의장성명에서 설정한 추가사찰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이를 끝내 거부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완전고립되어 유일한 형제국인 중국마저 중립을 지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이 특사교환조건을 포기한 이상 3단계회담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도 담겨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사찰수용시사에는 함정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지난 3월 IAEA의 사찰을 거부했던 녕변의 방사화학실험실등 핵심시설에 대한 추가적이고 전면적 사찰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핵안전성 확보를 위해 배터리와 필름만을 교체하는 지극히 제한적인 조건부 사찰을 받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3단계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과 정치적 약속등을 얻어 내려는 술수인것이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정부는 특사교환을 포기했다고 해서 대안의 불처럼 건너다봐서는 안된다. 정부가 지난주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재확인한 북핵의 최우선해결방침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여 먼저 북한이 전면사찰을 받게 하고 이어 2개핵폐기물 저장소에 대한 특별사찰수용을 다짐케 해야 한다. 그렇게 한후 3단계회담이 개최되도록 미국쪽에 분명히 인식시키는 일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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