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도약 있어야 미국의 한국인 사회는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눈부시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동양계인 중·일이민사회에 비해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흔히 한국이민사회는 구심점을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외적인 측면에서 보면 코리아타운은 일정한 경계나 구획없이 산재했으며 한국고유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상징물도 마련돼있지 못하다. 소위 코리아타운은 미국 어느 곳에서든 상점의 한글간판외에는 한국의 모습을 찾기가 힘든 반면 샌프란시스코 저팬타운의 경우 구름다리로 서로 연결된 상가와 그 주위를 둘러싼 일본식 정원 석탑 가부키극장등이 어우러져 일본교민들뿐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즐겨찾아 쇼핑과 식사를 즐기고 연극구경을 하는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LA의 리틀도쿄도 마찬가지다. 또 미국내 차이나타운은 어느 곳을 가든지 농조각, 천안문을 닮은 대문, 전통상점의 모습에서 중국냄새를 맡을 수 있어 그곳이 중국인 거주지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내적인 구심점에 있어서도 한국교민회는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조직이 난립해 있는 반면 중·일교민회는 거의가 단일조직이다. 또 그들은 신문, 방송등도 거의 대부분 한 지역에 하나뿐이다. 이렇듯 무서운 그들의 응집력 때문에 미국의 범죄조직들도 그들은 함부로 못건드리고 한국인들만 봉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일이민사회는 이렇듯 자기네 고유문화를 바탕으로 한 결속력이 강한데다 「미국화」에서도 우리 이민사회를 앞서고 있다.
LA에서 살다보면 영어가 필요없다는 말이 사실일 정도로 한국교민들의 상당수는 한국인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고있다. 「미국화」가 되기보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에 과감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음식점은 미국전역에 없는 곳이 없으며 심지어 그랜드캐니언입구의 작은 시골마을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일식초밥은 미국기업 구내식당의 고정메뉴에 올라있기도 하다.
한국음식점이 아직은 대부분 한국인 전용인 것과는 너무도 큰 차이다. 특히 중국계기업들은 컴퓨터와 같은 첨단산업에서도 상위랭킹을 차지하여 무서운 황색바람을 일으키고있다.
「미국화」의 주요 잣대인 정계진출에서도 유일한 한국인연방의원인 김창준씨가 LA인근 다이아몬드바시라는 작은 도시출신이고 한국인 주의원이 몇명 있는 반면 중국계는 LA시의원출신인 마이클 우가 민주당후보로 미국 제2의 도시 LA시장에 출마, 석패할 정도로 성장해 있다. 또 일본계도 하와이정계를 주름잡고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민 1세대들이 이렇듯 미국주류화에 확실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부 2세는 한국인의 우수성에 부모의 높은 교육열이 결합돼 각급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나치게 미국화되는 경향이 있다. 중·일 2,3세들이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반면 한국인 2,3세는 그렇지 못한 사례가 많아 정체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즉 한국이민사회는 중·일 이민사회에 비해 문화적인 구심점이 부족한 탓에 「몸은 미국에, 마음은 한국에」 식의 지나친 비미국화와 지나친 미국화의 양극현상이 뚜렷해 양자간에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샌프란시스코=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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