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북한주석의 생일을 전후해 미국의 CNN뉴스는 연일 북한동정을 평양발로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베일에 싸인 고립된 나라의 오늘을 궁금해 하던 사람들은 TV화면에 눈과 귀가 자연스레 쏠릴수 밖에 없다. CNN은 18일에도 하오 3시 30분(미국 동부시간)부터 30분간 북한특집을 미전역에 방영했다. 김주석의 생일을 맞아 축제분위기에 들떠 있는 거리의 표정, 김주석의 육성과 「건재한 모습」, 집단체조광경, 그리고 김주석에게 머리숙여 인사하는 외국인보도진의 모습…. CNN TV화면에 비친 북한의 오늘은 그지없이 평화롭기만하다. 핵문제로 인해 긴박감을 연상했던 사람들은 다소 의아했을 법도하다. 김주석의 육성과 통역관의 영어가 동시에 흘러 나온다. 『우리가 비밀이 있긴 무엇이 있겠소. 있다면 군사비밀이 있겠지…. 우리나라같이 거렁뱅이 없고 실업자 없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어디 있단 말이오』 이어 북한군장성이 그들의 논리를 천편일률로 대변하고 화사한 거리풍경을 뒤로 하며 기자의 보도가 계속된다.
CNN의 시도는 일단 좋았다. 94년 봄의 북한을 어렵게 TV화면에 담은 자체만으로 특종인 셈이다. 하지만 북핵문제라는 현안의 연장선상에서 CNN의 평양발 보도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 애쓰기 보다는 북한당국의 주장만을 거의 일방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저널리즘에 충실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을만 하다. CNN은 서방언론을 평양에 초대한 북한의 의도에 크게 부응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왜 북한이 핵카드에 그토록 집착하고 있는지 CNN은 한마디의 설명도 하지 않는다. 그저 만나기 힘들었던 인물을 만나고 찍기 어려웠던 그림을 찍어 방영한 성과만을 거두었을 뿐이다. 적어도 북한의 핵정책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한다면 최소한 이에 대한 갑론을박 정도는 유도했어야 옳았다는 생각이다. 여전히 국제사회는 북한을 경계하고 있고 잔치분위기에 가려진 핵시설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현실」은 CNN의 화면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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