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명백한 피해의식 있어야 성립/미선 “장기·반복적 성적불쾌감주는 행위”/낯선 여인 신체접촉은 경범죄 「서울대조교 성희롱사건」재판으로 크게 부각된 「성희롱」의 개념과 한계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이같은 혼란은 성희롱의 개념자체가 외국에서 제기돼 아직 확고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고 분명한 법률적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성희롱 개념은 당초 미국에서 직장에서의 성폭력을 방지,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태동했다. 미연방 고용평등위원회는 80년대초 성희롱(SEXUAL HARASSMENT)을 「직장이나 캠퍼스등지에서 직무 또는 고용관계에 있는 상사 또는 동료가 부하직원등에게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성적 불쾌감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17일 전 서울대 조교 우모씨 담당재판부는 『직장내에서 근로자의 임면 지위 근로조건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가 근로자를 상대로 ▲언동을 통해 불쾌감이나 성적굴욕감을 주는 행위 ▲성적접근을 요구하거나 성적접근을 하는 행위 ▲근무환경을 불쾌하고 열악하게 하기위해 성적인 언동을 하는 행위』라고 보다 상세히 규정했다.
이를 종합하면 성희롱은 ▲직장이라는 노동조건하에서 ▲근로조건을 무기로 상대방에게 성적인 굴종을 강요해야 하고 ▲피해자가 굴욕감등 명백한 피해의식을 갖고있는것을 전제로 성립한다. 여기에 추가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따라서 처음보는 여성의 신체를 만지는 행위등은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으며 경범죄로 처벌받는다. 또 일회적인 농담과 신체 접촉을 성희롱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미흡하다는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성희롱행위는 성폭행 및 성추행과 어떻게 다른가.
성폭행은 폭행 협박등으로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하거나 하려한 행위로 형법상 강간죄로 처벌받는다. 성추행은 성관계는 하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치부를 접촉하거나 만지는 정도의 행위를 말한다. 이중 강제추행은 폭력과 협박을 수반하면서 성교를 제외한 포옹 입맞춤등 신체접촉을 하는것으로 형법상 10년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준강제추행은 피해자가 기절해 있거나 잠자고 있는 상태에서 추행을 한 경우로 강제추행과 같은 처벌을 받는다.
입맞춤을 부하직원에게 요구하는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하지만 여직원을 붙잡아 입맞춤을 시도한것은 추행미수에 해당하며 입맞춤을 했다면 추행이 돼 모두 경범죄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상사 또는 동료가 업무나 기타 노동조건을 이유로 의도적으로 추행했을 경우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의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추행죄」에 해당돼 징역 2년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성희롱은 일반적으로 성폭행 추행에 비해서는 경미한 성의사 침해행위라고 할 수 있다. 성폭행과 성추행이 사회도덕이나 가치관 등에 심각하게 반하는 「반사회적 행위」라면 성희롱은 「비사회적」인 정도의 행위라는것이 학계의 일반적 견해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대체로 성희롱은 침해 정도로 볼 때 민사적으로 정신적 위자료등을 요구할 수는 있으나 형사처벌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성희롱의 경우 일반적으로 여성이 피해자가 되기 쉬우나 남성도 여성으로부터 성적 모욕감을 느낄만한 말을 들은 경우 얼마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동성간의 성희롱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고려대 법학과 김일수교수(47·형법)는 『성희롱에 대한 정확한 개념등을 빨리 정립, 성폭력방지법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봐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이영섭·현상엽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