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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해 페미니즘소설 「초록빛 아침」(문학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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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해 페미니즘소설 「초록빛 아침」(문학살롱)

입력
1994.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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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중산층 주부의 자아찾기/순응적인 여성들의 작은행복 그려페미니즘 소설틀 넘은 신선함 “눈길” 여성의 고통은 우리 사회에서 과소평가되기 일쑤이다.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없는 가정주부들의 고통이 특히 그러하고, 잘 해야 편한 여자들의 투정쯤으로 치부되곤 한다. 소설가 이청해씨(46)는 겉보기에 아무 탈 없어 보이는 중산층 주부들의 고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신작장편소설 「초록빛 아침」(민음사간)은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확보하기 위해 남편으로부터 받는 온갖 모멸을 참아내야 하고, 전문적 능력을 갖지도 못한 사람들의 자아찾기를 탐색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두드러지게 자기 표현을 하는 계급도 아니고, 삭이는 것이 사랑이라고 배운 사람들의 아픔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무말 안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칼을 들이대면 이렇게 할 말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정열도 없이 나이가 차 결혼을 한 주인공 기주는 엄한 시어머니, 별 능력없는 남편과 더불어 사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갑자기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게 된다.

 시어머니는 위자료를 적게 주려고 모든 재산을 시집식구들 명의로 돌려놓는다. 기주는 정신적 상처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과외교사를 시작한다.

 언니 기영은 기주보다는 적극적인 여성이다. 이기적인 남편에 불만을 품고 이혼을 꿈꾸다 남매를 대학까지 보내놓고 번역으로 경제적인 자립을 한 뒤 외국으로 떠난다.

 기주의 친구 희자는 남편의 온갖 행패를 참아내며 신기하게도 생활을 유지해나간다. 다른 친구 선영은 「좌익을 한 집안」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살 수가 없었다.

 뉴질랜드로 이민가 그곳에서 백인남자와 결혼했으나, 남편은 암에 걸린다.

 동네 아줌마의 삶 같아 진부해 보이기까지 하는 인물들에 대해 이청해씨는 『세상살이에 능한 이들이 보기엔 이 소설의 주인공 기주의 삶은 무가치하고 하찮은 것일지 모른다.

 길거리에 뒨구는 돌멩이처럼 걷어차기에 충분한, 웃음거리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성심껏 살았고, 상황에서마다 결국 자기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나는 이것에 주목하고자 했다』고 말하고 있다.

 페미니즘 소설들이 노동계급이나 적극적인 여성들의 씩씩한 삶을 다룬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순응적인 여성들의 조그만 행복에 초점을 맞춘다.

 소시민적인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문화적 조명을 받지 않는 사람들을 전면에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새로운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새로움은 「참을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린 점이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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