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듯이 제자들의 새로운 인생이 꽃피는 결혼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직접 찾아와 알리기도 한다. 그런데 대학원생들이 결혼한다고 하면 축하보다 걱정이 앞선다. 생활대책을 물을 때마다 『별 수 없이 마등거사가 되는 거죠』라는 그들의 자조적인 대답이 생선가시처럼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마등거사」란 마누라 등쳐먹는 거사라는 말의 약어란다. 그 전엔 「처를 등쳐먹는 사람」이라는 뜻의 「등처가」라는 용어를 애용하더니 어느새 마등거사라는 점잖은(?) 신조어를 개발해냈나 보다.
그들이 20세 전후하여 대학에 들어와 학부 4년, 군대 3년, 석사 3년하여 10여년이 걸리고 이 때쯤이면 이미 30세 전후가 된다. 다시 박사과정 수료하고 박사논문통과등 최소한 6∼7년간 더 공부하여 30대 후반이 되어야 전임자리가 가능하다. 그것도 빠른 경우에 속한다. 더구나 결혼하고 나서 아이까지 딸린 상황에서 마등거사로서의 10년세월은 분명 인고의 기간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듣기 좋은 말로 『지금이 가장 공부를 많이 해야 할 중요한 때다. 열심히 염불하면 잿밥은 당연히 돌아오게 되어 있다. 학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지 교수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멀리 내다보고 인내하라』고 격려하지만 마음이 무겁고 착잡해지곤 한다.
옛 성현도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고 하였듯이 최소한의 생활비도 없이 어찌 의연하게 학문에만 전념할 수 있으랴! 더구나 오늘날같이 물적 기초가 최우선 가치가 되어버린 시대에…. 물적 기초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충분조건은 못되지만 필요조건이다. 그래서 더 절박한지도 모르겠다.
국사학계는 아직 많은 전문연구인력을 필요로 한다. 다행히 학문적 열정과 사명감에 불타는 젊은이들이 계속 대학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소한의 생활비와 연구공간만 확보되면 그야말로 항심을 갖고 물불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할텐데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마등거사들을 구제할 길은 정녕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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