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특사포기 대체「카드」제시/팀재개 시기 미북접촉 보며 판단 지난 16일 방한한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국무부차관보가 18일 상오 김삼훈외무부핵담당대사와 실무전략회의를 가진데 이어 19일에는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페리 국방장관의 방한은 「미국의 자국 헬기 오인 폭격」으로 한때 연기됐다가 다시 추진된 데서 볼수있듯이 미국측의 필요성이 강하게 감지되고 있는것인 만큼 적지 않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날 갈루치차관보와 김대사간의 회의에서는 미국측이 북한에 대해 먼저 대화를 제의할 경우 한국측의 입장은 어떠할것인가의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우리의 목표가 남북대화 자체보다 북한의 핵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있는 만큼 북·미간의 접촉이 이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쪽이 먼저 대화를 제의하느냐의 여부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리정부는 남북특사교환이라는 전제조건의 철회가 북한핵해결의 「걸림돌」을 해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만큼 앞으로의 북·미접촉에서 미국이 북한에 상기시켜야할 몇가지 「카드」를 제시했다.
정부는 우선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서 지적한 대로 최소한 내달 중순이전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재사찰을 수락한다는 실질적인 의사표시가 있어야 하며 북한의 재사찰이 이뤄져 북·미3단계회담이 열릴 경우 북·미간의 관계개선 논의는 남북대화의 진전과 연계돼서 이뤄져야한다는것이다. 또 북한의 핵투명성이 완전히 확보되기 위해서는 「한반도비핵화선언에 의한 상호사찰」의 문제가 해결돼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날 한미실무전략회의 우리측대표인 김대사는 『우리가 특사교환의 고리를 벗긴 이상 IAEA의 재사찰이 이뤄지도록 하는것이 중요하다』면서 『이후 남북간의 대화가 언제 어떠한 형태로 있어야 할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앞으로 한미간에 계속 논의돼야 할것』이라고 밝혔다. 즉 북한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 남북간의 상호사찰이 「상호보완적인 필요조건」이라는 한미간의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으로 하여금 IAEA의 재사찰을 수락케 한 후 마지막 대화수단인 3단계회담을 열어 「철저하고도 광범위한」해법을 협의하자』는 데 양국이 의견일치를 보았다는것이다. 이를 위해 일차적인 단서일수 있는 북·미뉴욕접촉을 재개토록하고 이 경우 미국이 「선제의」를 하는것에 대한 우리정부의 동의를 구했다는것이 이번 회의의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양국은 북한이 내놓아야할 「최소한의 의사표시」의 시한과 관련, 『한스 블릭스IAEA사무총장이 지난 3월24일 「6주일간의 시한」을 언급한 만큼 유엔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게 될 시한도 IAEA총장의 의사표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데 합의했다. 즉 늦어도 내달초순까지 북한이 재사찰 수용(안보리 의장성명의 요구)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IAEA와 유엔으로 이어지는 「국제적 수순」은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것이다.
현재 유보상태에 들어가있는 팀스피리트(TS)훈련도 같은 맥락에서 한미간의 조율을 마무리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위해 방한하는 페리미국방장관은 오는 20일 한승주외무장관 및 이병태국방장관과 연쇄회담을 갖고 TS훈련문제를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TS훈련은 한미양국이 합의하면 언제라도 실시할 수있게 돼있는 만큼 발표의 시기보다 판단의 조건이 더 중요하다는것이다. 따라서 이번주중으로 예상되는 북·미접촉을 지켜보면서 시기를 판단한다는것이며, 다만 북한의 의사결정이 있기전에 한미 어느쪽도 먼저 TS훈련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는데 합의하게 될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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