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조교 성희롱사건 민사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판결이 나왔다. 우리나라 사법사상 첫 기록이자, 우리 여성계의 숙원중 하나가 본격적으로 풀리는 일대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서구와 달리 가부장적인 남성위주의 유교적 전통을 이어온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판결이 이제라도 나오게 된 것은 무척 전향적이라 할만하다. 왜냐하면 성폭력 특별법이 지난 1일부터 비로소 시행될 정도로 성폭력규제에 등한해 왔을 뿐아니라 성희롱에 대해서는 규제는 커녕 소송전례나 개념 규정조차 되어있지 않았던게 우리 현실이었다.
그런 성희롱규제 불모상태에서 나온 이번 판결은 손해배상책임 일부인정을 통한 사법적 규제는 물론이고 성희롱의 개념까지 아울러 설정하는 「역사」를 한꺼번에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또 이같은 역사적 기록에 고무되어 우리 여성계의 성폭력 및 성희롱 근절·규제 및 직장내 성차별없애기 캠페인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그리고 당장 현실적으로는 유사한 성희롱사건에 대한 여성들의 법적 대응이 줄이을 것도 확실해졌다.
이미 우리 여성계는 이번 역사적 판결을 일응 환영하면서도, 아직은 외국에 비해 너무 미흡하다고 밝히고 있어 캠페인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임을 분명히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판결이나 여성계의 주장은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산업사회화되면서 차츰 돌출되기 시작한 성폭력·희롱 및 고용상의 성차별문제가 이제는 사법적으로도 더이상 외면될 수만은 없겠다는 공감대를 은연중 형성해 왔다는 증좌라 할 수도 있겠다.
지난해 11월 우리 여성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직장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가 어떤 형태로든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음을 밝힌바 있었다. 당시 이같은 성희롱에 대해 피해 여성의 17.5%만이 사과요구등 적극적인 대응을 했음도 아울러 밝혀졌었다.
이같은 성적 피해의 빠른 확산과 그에 반비례한 소극적 대응은 성문제 진통이 앞으로도 더욱 계속될 소지를 남기고 있다. 그래서 서구에서처럼 성희롱조차 민사책임에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대상으로까지 규제를 강화시키려는 여성계의 운동이 계속될 것이 확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구체적으로 적시된 성희롱의 개념으로 뒤에서 껴안거나 어깨·손등을 만지는 행위등이 새삼 우리 모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적당한 농담과 손버릇을 당연시해온 남성위주의 사회분위기나 직장풍속도도 앞으로는 차츰 고쳐지지 않을 수 없겠고, 어찌보면 한결 딱딱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두가 선진사회로 달려가는 마당에 누구라도 옛날처럼 법없이 마음대로 살 수는 없게 되었다. 이번 판결의 의미와 경고를 특히 남성들은 깊이 아로새겨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