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금동롱봉봉래산향로를 보았을 때 여러 감회가 일었다. 지난해 12월 22일 문화재기자는 부여로 내려가면서 『대단한 문화재가 나온것 같다. 1면에 크게 쓰는것은 물론 화보도 해야 한다』는 경고성 보고를 했다. 문화재는 크게 써도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는 일이므로 그런가보다 했다. 한데 현장에서 들려오는 문화재기자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격앙돼 있었고 어느 면 평상을 벗어난 과장이 깃들여 있는 듯했다. 『거기 있는 전문가들은 뭐라고 합니까』 하고 묻자 『그 양반들은 홀려가지고 향로를 들여다보느라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는다』는것이었다. 그리고 무녕왕릉 발굴을 능가한다는 사족까지 달았다. 자연히 약간은 흥분되고 약간은 불안했다. 그러나 전날 중부지방에 푸지게 내린 눈 때문에 천신만고 끝에 마감시간 가까스로 입수한 향로 사진을 보았을 때 우리는 안도했다. 그리고 만족했다. 1면 톱과 화보를 비워둔 보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공개에 앞서 15일의 특별전시에 초청된 각계의 사람들은 모두가 진열장에 바싹 다가가 있었다. 그들은 그 특수진열장이 우리나라 문화재 역사상 최초의 과학적 시설물이고, 1천7백만원을 들여 무반사유리에 질소가스를 넣는 등 부식방지에 애쓴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것 같았다. 오로지 좀더 잘 보기 위해, 사소한것까지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일도해 있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전문가들이 처음 향로를 보고 홀렸을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특히 한국문예진흥원이 컴퓨터 그래픽스와 하이퍼미디어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응용해 향로를 입체형상으로 확대 재현할 때 대부분은 너무 재미있어 했다. 뜯어내면 쭈욱 찢겨나올것같은 연꽃과 한방 치면 부르르 떨것만 같은 용의 힘찬 몸체의 세세한 부분에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 가운데서도 다섯 악사들의 저마다 다른 독특한 얼굴, 그 얼굴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정밀하고 정다운지, 그것은 마치 1천3백년의 시공을 넘은 우리 조상의 모습을 보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이날 일본의 아사히TV는 3시간을 넘게 금동향로를 필름에 담고 있었다. 이들의 진지한 모습은 지난해 12월 23일 조일신문이 1면 사이드 톱으로 금동향로 발굴 기사를 실으며 『이 발굴로 그 시대 (일본의) 모습을 연구할 수 있을것』이라고 평한 사실을 생각키웠다. 이와 함께 김해 지역 가야 고분군의 발굴에 대해 『이들 발굴로 인해 임나일본부의 존재는 부정돼 가고 있다』고 솔직히 평한 일본 고고학계의 전향적인 시각을 떠올리게 했다.
금동향로 특별전시는 오늘 19일부터 5월 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문화1부장>문화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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