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협상타결은 세계무역의 기본틀을 바꾸는 지각변동이다. 곧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세계경제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든다. 이제 농업도 생산만 하면 저절로 팔리는 「공급자중심」의 시대가 지나고 모든 것을 소비자가 결정하는 「소비자중심」의 농업이 보편화될 전망이다.농업인에게 농사기술보다도 도시의 상품진열장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농산물을 진열하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하는 시대가 오고있다. 타산업처럼 기술로 승부가 결정되는 시대가 됐다.
벌써 우리나라에서도 영농인은 소비자변화를 빨리 감지하여 적극 대처하는 창조적이고 머리를 쓰는 경영인이 될 것을 요구하고있다. 지금까지 중시돼 온 농업의 구조조정, 가격지지 못지않게 농업전문인력양성 문제가 큰 관심사로 부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업교육은 농업발전과 농산물경쟁력확보를 위한 유능한 농업경영자를 확보하는데 몇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학교교육과 취업의 괴리현상이다. 농고에서는 영농을 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 배출하지만 졸업생의 10%정도가 영농에 종사할 뿐이다. 서울 근교의 상업농중 약 40%이상은 일반계 고교졸업생이다. 그 밖에 대학졸업자,공고·상고졸업생이 많고 농고졸업생은 고작 10%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학생들에게 영농기술을 가르친답시고 너무 많은 실습을 강요해 어린 학생들이 「농업이란 힘들어 할 것이 못된다」는 생각을 지레 갖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둘째, 농업과 관련된 전문대학·대학의 학과가 영농기술보다는 너무 학문지향적이다. 또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농사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아무나 할 수 있는것인데 농사짓기 위해 대학까지 나올 필요가 있느냐」는 편향된 생각을 갖고있다. 이러니 영농을 위해 대학에 가려는 학생이 있을리 없다. 설령 있다해도 농업에 관심도 없고 생각도 없는 사람이 학문중심으로 교육을 받았을 때 영농인이 되지않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셋째, 영농에 뜻을 세운 사람들에 대한 사회교육이 체계적이지 못하다. 농촌진흥청 산하의 농촌지도사업이나 농산물유통공사, 농협, 각 도 농민교육원등 다양한 기관에서 농촌성인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영농교육을 하고 있으나 기간이 짧고 산발적이며 각 기관간의 협조체제도 미흡해 조직적인 후계영농자양성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비효율적인 영농인력육성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이제부터는 농림수산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영농인력양성에 발벗고 나서야한다. 21세기에 국내 농업이 나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확고하게 제시하고 거기에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농업계고교, 전문대, 농과대학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네덜란드의 혁신기술훈련센터와 같은 실질적인 교육기관도 설치해야 한다. 그래서 영농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영농현장에서 실천가능한 기술중심의 교육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농업인력양성 장기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농업고등학교를 줄이거나 전문대로 개편하는 것은 그 다음이 돼야한다.<서울대 교수·농업 생명과학대학>서울대 교수·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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