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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락인 시간벌기용 항고 남발/법원 경매제도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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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락인 시간벌기용 항고 남발/법원 경매제도의 문제점

입력
1994.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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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작년 6백63건 승소는 1건뿐/전매차익 노린 브로커 상용수법/선의피해 속출… 법개정 등 시급 법원 경매에서 부동산을 낙찰받은 사람들이 대금납부시간을 벌기 위해 이유없는 항고를 남발, 법원이 골치를 앓고 있다.

 서울민사지법의 경우 지난해 경락허가결정에 대해 경락인이 항고한 사건은 모두 6백63건으로, 채무자나 부동산 원소유자의 항고건수(2백84건)의 2.5배에 이른다. 이중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대법원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2년간 대법원에 접수된 경락인의 재항고사건 1천6백41건중 원심파기, 즉 항고이유의 타당성이 입증된것은 전체의 0.3%인 5건뿐이었다.

 이처럼 경락인들의 무모한 항고 재항고가 많은 이유는 형식적으로는 대부분 『낙찰가격이 너무 높다』는것이다. 그러나 이는 핑계일 뿐 진짜 이유는 경락후 항고 재항고를 거쳐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기록송부기간을 포함해 평균 5개월이상 걸리는 시간을 벌자는 데 있다.

 법원 관계자들에 의하면 경매브로커들은 부동산을 경락받은 뒤 낙찰가보다 높게 일반인들에게 되팔아 전매차익을 얻기 위해 실수요자를 찾을 때까지 항고 재항고를 해 잔금지급을 미루는것이다.

 이같은 「시간벌기」가 가능한것은 민사소송법에 경매부동산의 원소유자나 채무자가 항고를 할 경우 경락대금의 10%를 보증금으로 공탁해야 하는 제한 규정이 있지만 경락자는 아무런 제한없이 항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경락인들은 이같은 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데 그치지않고 법원에서 경락결정문을 우송하면 『이사를 갔다』는등의 이유로 2, 3차례 수취를 거부한 뒤 법원에 「주소보정신고」를 해가며 법원과 「숨박꼭질」을 계속, 한층 시간을 끈다.

 최근에는 실수요자들조차 경매브로커들의 수법을 배워 대금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경매에 응찰, 부동산을 확보한 뒤 항고를 해 대금을 마련할 궁리를 하는 경우마저 나타나고 있다.

 법원에 의하면 서울 강서구 김모씨는 지난해 12월초 경매부동산을 경락받은 뒤 서울민사지법에 경락결정에 대한 항고를 내 기각되자 다시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김씨는 재항고이유서조차 내지않아 지난달 31일 기각결정이 났으나 결과적으로 5개월 가까운 대금납부시간을 벌었다.

 문제는 이같은 수법이 「얌체짓」에 끝나지 않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한다는것이다. 대금납부지연을 노린 항고남발로 경매부동산의 원소유자인 채무자들은 항고기간만큼 채권자들에게 채무상환이 지연되기 때문에 이자가 늘어나는 피해를 입게 된다.

 채권자들도 경매절차가 끝나 채권회수가 늦어지는만큼「혹시 채권회수가 어려워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또 지연손해금이 늘어나 순위가 앞선 채권자들도 채권액 전부를 배당받지 못하게 되고, 후순위 채권자들은 아예 배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법원에 『경매절차가 지연돼 빚을 떼였으니 책임을 지라』고 진정하는 사례마저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락인의 항고를 제한하지않는것은 경매가 「민사분쟁의 종착지」인만큼 최대한 권리구제를 해주려는 취지인데도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이 크다』며 『무분별한 항고를 막기 위해 대금납부에 지연이자를 물리든가, 채무자등의 항고처럼 보증금을 내도록 민사소송법을 개정하는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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