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불교계서 홀대… 묘소관리도 외면”/조계종 개혁운동 맞물려 폭넓은 지지 불교개혁운동의 선구자 만해 한롱운선생(1879∼1944)의 묘소를 국립묘지로 옮기자는 여론이 불교계를 중심으로 높게 일고 있다.
정부의 해외선열 유해봉환사업을 계기로 제기된 만해묘소 이전 여론은 때마침 시작된 조계종 개혁운동과 맞물려 일찍이 「불교유신론」을 주창했던 선생에 대한 추모의 정이 새로워지면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올해로 열반 50주년을 맞는 만해의 묘소는 서울 중랑구 망우동 망우리공동묘지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44년 6월29일 일제말기의 핍박한 정세속에서 열반한 만해는 몇 안되는 지인과 후학들에 의해 삼양동 화장터에서 초라한 다비식을 갖고 유골이 수습돼 망우리에 묻혔다.
그후 선생의 묘소는 격동의 세월과 함께 일반인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채 수많은 무연고 분묘사이에서 지석도 땅속에 묻힌채 봉분마저 찾기 어려울 정도로 버려져 있었다. 81년에야 몇몇 「만해학」학자들이 나서 봉분을 다시 쌓고 비석을 세워 사비로 돌보고 있다. 그러나 3·1독립선언문의 민족대표 33인중 한명이자 불교개혁의 선구자였던 선생의 업적과 학문의 높이에 비춰볼때 비할 수 없이 홀대받고 있다.
만해학회장 한계전교수(서울대 국문과)는 『선생은 이미 「불교유신론」에서 최근 조계종사태로 새삼 부각된 정교유착, 종단권력의 세속화등 한국불교의 모든 문제점을 지적하셨던 선각자』라며 『선생의 진보적 개혁사상 때문에 국가와 보수 불교계는 선생의 학문과 묘소까지 외면해 왔다』고 지적한다.
만해사상연구소장 전보삼교수(신구전문대)는 『81년 당시 국립묘지로 모시자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애국지사묘역에 친일행적 시비를 받는 분들이 있어 반대했었다』며 『이제 문민정부가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있으므로 마땅히 선생에 대한 국가적인 추모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단개혁의 기치를 새로이 쳐든 범승가종단개혁추진위(범종추) 집행위원장 효림스님도 『개혁종단이 출범하면 만해스님의 업적과 한국불교에서의 위치를 재평가하는 작업을 종단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후학들은 망우리 묘소를 국립묘지로 이장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있는 오세창 지석영 방정환선생등 선각자들의 묘소와 함께 새로 단장, 성역화 할것을 바라고 있다.【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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