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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핵주장 검증 받으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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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핵주장 검증 받으라(사설)

입력
1994.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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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주석의 말대로라면 북한은 세계에서 평화를 가장 열망하고 국제질서와 규범을 성실하게 준수하는 나라로 되어 있다. 말썽 많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않을 뿐더러 정상적인 나라들 처럼 다른 나라들과 우호 및 경제협력을 원하는 나라인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김주석의 얘기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그가 스탈린의 지원으로 집권한 후 49년 동안 해온 거짓말을 되풀이하고 있고 여전히 엄청난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의구심만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재사찰을 거부하고 「서울을 불바다」라는 폭언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지 한달도 안돼 김주석의 82세 생일을 맞아 서방의 지식인·언론인들을 초청, 평화공세를 벌여 세계를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김주석은 미 CNN과의 회견에서,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고 만들 생각도 없다』 『국제사회는 있지도 않은 핵무기를 내보이라고 하고 있다』 『서울 불바다 발언은 잘못 전달된 것이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의 무핵주장은 새로운게 아니다. 1992년4월 워싱턴 타임스와의 회견과 고위급회담의 남측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강대국들이 수만∼수천개를 갖고 있는 핵무기를 우리가 1∼2개 만들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핵을 만들 필요조차 안느낀다』고 애써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전연 거짓이며 허구임이 증명됐다. 진정 핵을 만들지 않았다면 왜 전면사찰을 기피하는가. 북한은 92년4월10일 국제핵안전협정을 비준한 뒤 IAEA의 6차례 사찰을 받으며 녕변의 5MW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에서 90의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실험목적으로 생산했다고 밝혔으나 사찰결과 수년간 수킬로그램을 추출한 것이 확인됐다. 또 NPT(핵확산금지협상) 탈퇴후 최근 1년만에 실시된 사찰에서 화학실험실등 핵심시설을 제외시켜 끝내 IAEA특별이사회로 하여금 핵물질의 전용 여부가 의심스럽다는 결론을 낳게 하지 않았는가.

 김주석은 또 거짓말을 태연하게 되풀이하며 미국을 방문, 사냥과 낚시도 하고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추파를 보냈다. 그러나 김주석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같은 판에 박은 거짓말과 이중적 태도, 그리고 핵곡예로는 결코 대미등 서방과의 화해를 모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심 싫어했던 특사교환을 남측이 과감히 포기한 만큼 북한은 모든 핵시설에 대해 IAEA의 전면사찰과 2개 핵폐기물저장소의 특별사찰을 수용한 후에야 대미 3단계고위급회담으로 관계정상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매델레인 울브라이트 주유엔미대사가 지적한대로 북한은 리비아, 이라크등과 함께 불량국가, 핵무기나 재래식무기를 구입·확산시켜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국제질서를 위반하는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무슨 교언과 미소를 보내도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제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핵투명성을 확인받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야만 「무핵」 「비핵」 「반핵」 주장도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나아가 절박한 목표인 대미접근과 경협등을 차례로 달성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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